판소리 여섯바탕을 집대성한 동리 신재효 선생의 판소리 사설 필사본. 고창동리문화사업회 제공
판소리 발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전북 고창 출신 동리 신재효(1812~1884) 선생이 집대성했던 판소리 여섯바탕 사설이 필사본 완질로 발견됐다.
전북 고창동리문화사업회는 16일 “최근 고창군 고수면의 박종욱씨 집에서 신재효 선생이 쓰신 사설집의 필사본을 완질(12권)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1900년대 초에 필사한 것으로 보이는 이 ‘고수 청계본’은 거의 완벽한 상태로 보존됐다.
신재효 판소리 사설집은 판소리 열두바탕 중 여섯 작품을 개작한 것으로, 19세기 말 판소리 사설 형태를 온전하게 파악할 수 있는 문집이다. 그의 판소리 사설 필사본들은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치고 시간이 지나면서 손상이 됐으며, 후손과 판소리 애호가들이 다시 필사해 소멸을 대비했다. 신재효 선생이 직접 만든 원본은 현재 전해지지 않고 있다.
판소리 필사본은 원본과 같이 한글로 쓴 것과 정확한 이해를 위해 한자를 병기하거나 국한문 혼용으로 쓴 두 종류가 있다. 현재 많이 알려진 가람 이병기 선생이 필사한 가람본, 강한영 선생이 필사한 새터본, 북한으로 넘어간 김삼불이 필사한 김삼불본 등이 있지만, 이들은 모두 1940년대 이후 필사한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필사본은 지금까지 발견된 필사본 중 가장 오래된 셈이다.
이만우 고창동리문화사업회 이사장은 “1906년 무렵에 필사한 것으로 보이는 이번에 발견된 필사본이 100여년을 지나 거의 완벽한 상태로 우리 앞에 놓이게 돼 기적에 가깝다. 원본을 필사한 것인지, 필사본을 필사한 것인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연구를 통해 신재효 선생의 판소리 사설이 어떻게 이루어졌고, 전승되었는지를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창군이 필사본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전달식이 18일 오전 10시 고창군청에서 열린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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