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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 속 5천만원짜리 ‘제주 연수’ 궁리…얼빠진 의장들

등록 2020-09-22 13:26수정 2020-09-23 02:32

전남 시군의회의장협의회, 10월5~7일 제주 연수 계획 세워
“수해 복구 못했다” 곡성군 의장 제외 의장단 전원 참석 예정
‘공감능력 부족·비용 과다’ 비판에 “코로나 잠잠해지면 다시…”
지난 7월 여수에서 열린 전남 시군의회의장협의회. 여수시의회 제공
지난 7월 여수에서 열린 전남 시군의회의장협의회. 여수시의회 제공

전남 시군의회 의장들이 코로나19 위기 속에 제주 호화연수를 추진하다 눈총을 받고 있다.

전남 시군의회의장협의회는 지난 10일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재확산하는 즈음 올해 하반기 연수 계획을 짰다. 시군 22곳 중 곡성을 뺀 21곳의 의장들이 10월5~7일 2박3일 동안 제주 서귀포 칼(KAL)호텔 일대에서 ‘변화관리 리더십 함양’을 주제로 강의를 듣는 내용이었다.

행사 예산은 의장 21명이 2709만원, 수행원 31명이 2247만원 등 모두 4956만원에 이른다. 의장들의 비용은 소속 의회가 해마다 700만원씩 납부하는 협의회 활동비에서 충당하고, 수행원들의 여비는 소속 의회 예산에서 지출하게 된다. 연수에선 의원교육기관인 ㈜아카원의 초빙교수들이 ‘지방의회 의장의 역할’, ‘행정사무감사 기법’, ‘정치가의 소통능력’ 등의 과제를 두 시간씩 세 차례 강의한다. 이어 견학으로 생각하는 정원과 여미지 식물원 등을 세 시간씩 두 차례 방문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시군의장들이 공감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주민의 시름이 깊고 감염의 우려도 여전한데도 급박하지 않은 다른 지역 연수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정인균 곡성군의회 의장은 지난달 집중폭우에 따른 피해를 아직 수습하지 못했다며 일찌감치 불참 의사를 밝혔다. 공무원 ㄱ씨는 “지역의 여론 주도층인 51명이 한 비행기를 타고 오가는 것이 위험해 보인다. 정부가 추석 전후 ‘이동제한’을 당부하고 있는 만큼 연수 시기도 부적절하고, 내용에 견줘 비용이 과다하다”고 꼬집었다.

주민들도 “강의를 굳이 제주도 호텔에 가서 들어야 하는가. 규모로 볼 때 전국적으로 시행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도 어긋난다. 휴업과 휴직 등으로 생계가 어려운 주민들이 늘고 있는데 대표들은 공감능력이 전혀 없는 것 같다”고 발끈했다.

비난이 일자 의장들은 한발 물러섰다. 협의회 의장인 김정오 담양군의회 의장은 “10월에는 코로나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일정을 짰다. 하지만 추석 귀성도 자제를 당부하는 상황이니 연수 계획을 연기하는 게 낫겠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다시 일정을 잡겠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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