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효광초등학교 4학년 1반 학생들이 서대석 서구청장에게 학교 인근 광천동 시민아파트를 보존해달라고 보낸 손편지. 서구청 제공
“유적은 부수면 다시 살릴 수 없지요? 그래서 광천동 시민아파트를 부수지 않으면 어떨까요?”
광주시 서구 광천동 효광초등학교 4학년 조현서(10)양은 학교 옆 시민아파트를 보존해야 할 이유를 또박또박 적어 서대석 서구청장에게 보냈다. 시민아파트는 효광초등학교 인근 광천동에 있는 ‘오래된 아파트’로, 5·18민주화운동의 역사가 스며 있는 공간이다. 시민아파트 단지는 광천동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추진 중인 5천여 가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 공사가 애초 계획대로 진행되면 사라질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조양 등 효광초 4학년 1반 학생 15명은 사회 과목 중 ‘주민 참여’ 부분을 학습하면서 시민아파트의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됐다. 윤미영(33) 교사는 사회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사는 동네의 문제를 알린 뒤 국어 수업 땐 그 느낌을 편지로 정리하도록 했다. 윤 교사는 “학교 인근의 시민아파트가 5·18 관련 공간이라는 것을 알고 시민아파트 관련 동영상을 보면서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구청에 편지를 보냈다. 수업을 통해 학습한 것에 참여하는 것을 몸소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광주시 서구 광천동 시민아파트. <한겨레> 자료 사진
시민아파트는 광천동 성당(5·18사적지) 교리실에서 출발한 들불야학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노동자 야학이었던 들불야학이 1980년 5·18민주화운동 때 5·18 진실을 알리기 위해 <투사회보>라는 ‘민중언론’을 처음 제작한 곳이 시민아파트다.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은 영혼결혼식을 올렸던 들불야학의 박기순과 윤상원의 넋을 추모하기 위한 노래다. 효광초 4학년 양지은(10)양은 편지에 “광주 5·18 당시 사람들에게 있었던 일을 알렸어요.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곳인데 없어지면 아쉬워요”라고 적었다. 박건희(10)군은 “시민아파트를 보존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5·18과 들불야학을 기억할 수 있을 겁니다”라고 호소했다.
당시 전남대생으로 들불야학에 참여했던 서 청장은 “학생들이 쓴 손편지를 읽고 큰 감동을 하였다. 광천동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과 시민아파트 일부 공간을 보존하고 이를 역사 공원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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