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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추석이 문제가 아니여” 제방 복구 한창

등록 2020-09-29 04:59수정 2020-09-29 08:08

물난리로 잠겼던 전북 남원 하도마을
“집에 들어온지 일주일…할 일 많아”
흙탕물 젖은 옷 빨아도 냄새 안 빠져
집앞 섬진강변에선 제방 보강 공사중
주민들 “책임자 처벌하고 손해배상해야”
지난 8월 수해를 입은 전북 남원시 금지면 하도마을 주민이 훼손된 제방을 복구하는 현장을 가리키고 있다. 박임근 기자
지난 8월 수해를 입은 전북 남원시 금지면 하도마을 주민이 훼손된 제방을 복구하는 현장을 가리키고 있다. 박임근 기자

“지금 추석이 문제가 아니여. 그동안 고생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어. 이제 집으로 들어온 지 일주일밖에 안 돼, 아직도 할 일이 많아요.”

지난 25일 오전 11시께 전북 남원시 금지면 하도리 하도마을에서 만난 조택원(66)씨는 시름이 깊었다. 지난 8월 수해로 집에 물이 잠겼던 그는 아내(63)와 함께 명절 차례상에 올릴 토란을 다듬고 있었다. 다시 돌아온 집이었지만, 어색한 게 많았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비롯한 가재도구 대부분을 교체해야 했기 때문이다. 벽지와 장판도 바꿨다.

방에서는 아직도 불편한 냄새가 났다. 흙탕물에 젖은 옷가지들은 세번이나 빨았지만, 특유의 냄새는 빠지지 않더란다.

지난 8월 수해로 지붕 위에 쓰레기 등이 널려 있다.(왼쪽) 지난 25일 방문했더니 수해 현장은 복구돼 있었지만 지붕의 3분의 1 지점에는 흙탕물이 있었던 자국이 남아 있다.(오른쪽) 주민 조택원씨 제공, 박임근 기자
지난 8월 수해로 지붕 위에 쓰레기 등이 널려 있다.(왼쪽) 지난 25일 방문했더니 수해 현장은 복구돼 있었지만 지붕의 3분의 1 지점에는 흙탕물이 있었던 자국이 남아 있다.(오른쪽) 주민 조택원씨 제공, 박임근 기자

그나마 조씨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했다. 비닐하우스를 다시 설치해야 하는데 수도권에 사는 아들과 사위가 이번 주말에 내려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었다. 물난리로 인해 다른 지역에 사는 동생네로 모신 연로한 아버지(96)를 다시 모셔와야 하고, 명절 차례상 준비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버님도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이번처럼 심한 물난리는 처음’이라고 하셨어요. (…) 제대로 된 차례는 엄두도 못 내지만 시늉이라도 내야 하지 않겠나.”

물에 잠겼던 이 마을 54가구 중에서 30여가구는 남원시가 마련해준 임시 거처에서, 20가구가량은 친척집에서 머물다가 최근 모두 되돌아왔다.

수해로 훼손된 섬진강 제방에서 지난 25일 복구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박임근 기자
수해로 훼손된 섬진강 제방에서 지난 25일 복구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박임근 기자

조씨 집 바로 앞 섬진강 변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포클레인 2대와 대형트럭 1대가 동원돼 훼손됐던 제방을 보강하는 중이었다.

장종석 금지면장은 “여기서 상류 쪽으로 1㎞도 안 떨어진 지점에서 제방이 무너지는 바람에 밀려들어온 강물이 마을을 휩쓸고 나가면서 난간 분리대 등 제방을 망가뜨렸다”고 설명했다. 현장 관계자는 “그동안 물이 범람할 위기가 여러차례 있어서 주민들이 매우 불안할 것이다. 지금은 임시 복구 공사지만 항구적인 복구를 위해 제방을 3m 이상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공사 중에도 자전거 동호회원들이 띄엄띄엄 제방 위로 난 섬진강 자전거길을 지나갔다.

함께 피해를 본 이웃 용전마을에서는 벼가 누렇게 익은 들녘 한쪽에서 비닐하우스 설치 공사가 한창이었다. 마을 들머리에서 만난 박영만(79)씨는 “지난 8월에 있었던 물난리는 난생 처음이었다. 집도 덩어리만 남을 만큼 다 잃어버렸다. 급한 것부터 치웠지만, 이번 추석은 별다른 준비 없이 지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전북 남원시 금지면 용전마을 들머리 들녘에서 비닐하우스 설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박임근 기자
지난 25일 전북 남원시 금지면 용전마을 들머리 들녘에서 비닐하우스 설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박임근 기자

최회범(51) 이장과 주민들은 “기상이변으로 언제 또 폭우가 올지 몰라 불안하니 제방을 더 튼튼히 구축해야 한다” 며 “수자원공사의 방류 등 수해 원인을 명확히 찾아서 책임자를 처벌하고,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마을회관 앞에서는 폴리에틸렌 필름 가공 및 합성수지를 제조하는 회사인 일신화학공업㈜이 마련한 성금 1천만원을 감자 작목반장인 조씨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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