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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 택시’, ‘1000원 버스’처럼 ‘1000원 여객선’ 시대 성큼

등록 2020-10-02 15:01수정 2020-10-02 15:14

전국 103개 항로 중 5개 항로에서 시행
영광에선 석달 동안 탑승객 26% 늘어나
현재도 섬주민은 7000원까지 상한제 적용
“섬 주민도 보편적 교통복지” 확대 목소리
전국 연안 항로 103곳 중 5곳이 ‘1000원 여객선’을 시행 중이다. 신안군청 제공
전국 연안 항로 103곳 중 5곳이 ‘1000원 여객선’을 시행 중이다. 신안군청 제공

“두달에 한번 가던 육지를 이제 한달에 두번은 간다니께.”

전남 영광군 낙월면 안마도 주민 김삼중(74)씨는 24일 “교통비가 부담이 안되니 육지 나들이가 훨씬 늘었다. 국민으로, 군민으로 대우받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김씨가 사는 안마도는 영광 계마항에서 뱃길로 두시간 떨어진 서해안의 외딴 섬이다. 주민 65명이 오순도순 의좋게 살아간다. 육지로 연결된 유일한 통로는 홍농읍 계마항~낙월면 안마항을 오가는 187t급 여객선뿐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한번 나가면 교통비만 3만~4만원이 깨졌어. 요즘에는 1000원 여객선으로 가서 1000원 버스를 타면 읍내까지 금세 갈 수 있다니까. 2000원이면 커피 한잔보다 싸잖아.”

심혈관질환을 앓고 있는 김씨는 “전에는 병을 키울 대로 키워서 마지못해 병원에 가곤 했지만 이제는 몸이 좀 좋지 않다 싶으면 곧바로 나가. 병원이 엄청 가까워졌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석달 동안 6번쯤 읍내에 나갔다. 여객선 운임이 이전에 일반인 1만2100원 섬 주민 5000원이었는데, 지난 6월부터 섬 주민 1000원으로 싸진 덕분이다.

영광군은 지난 6월 ‘1000원 여객선 운영 조례’를 만들어 여객선 항로 3곳의 섬 주민 운임을 1000원으로 낮췄다. 섬 주민 교통복지를 위해 군 예산 4000만원을 투입했다. 이후 석달 동안 섬 주민 탑승객은 403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199명)보다 26% 늘었다.

이웃인 전남 신안군은 ‘1000원 여객선’ 정책을 먼저 도입했다. 지난해 공영 여객선을 활용해 항로 2곳에 이 제도를 시도했다. 군은 지난해 8월 증도 우전항~자은도 고교항 항로에 수익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공영 여객선을 투입하면서 모든 탑승객의 운임을 1000원으로 낮췄다. 지난 7월에는 하의도 당두항~도초도 시목항 항로에도 공영 여객선을 투입해 운임을 역시 1000원만 받고 있다. 지난 4월 공영 여객선이 들어간 지도 송도항~병풍도 보기항 항로에는 노선이 겹치는 민간 선사의 피해를 막기 위해 시행을 미루었다.

군 해상교통계 박순진씨는 “5000원 여객선에서 1000원 여객선으로 주민의 교통복지가 점차 개선되는 것을 환영한다. 하지만 신안은 섬 주민이 워낙 많고 상당수가 먼거리 노선이어서 관련 예산을 현행대로 국비 50%, 도비 20%, 군비 30%로 하면 재정부담이 너무 커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전남 영광군은 지난 6월부터 안마도 송이도 낙월도 등 항로 3곳에서 ‘1000원 여객선’을 도입해 섬 주민 탑승객의 26% 증가라는 효과를 거뒀다. 영광군청 제공
전남 영광군은 지난 6월부터 안마도 송이도 낙월도 등 항로 3곳에서 ‘1000원 여객선’을 도입해 섬 주민 탑승객의 26% 증가라는 효과를 거뒀다. 영광군청 제공

교통조건이 불리한 산간오지에 ‘100원 택시’가 도입된 데 이어 전국의 섬 지역에서 ‘1000원 여객선’ 시대가 차츰 다가오고 있다. 현재까지 전국 여객선 항로 103곳 중 ‘1000원 여객선’을 실현한 항로는 영광 △계마~안마도 △향화~낙월도 △향화~송이도, 신안 △하의도(당두)~도초도(시목) △증도(우전)~자은도(고교) 등 5곳에 이른다.

해양수산부의 연안 여객선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국 여객선 이용자는 1460만명에 이른다. 일반인 1100만명, 섬 주민 360만명이다. 1000원 여객선이란 섬 주민 탑승자에게서는 거리와 관계없이 운임을 1000원만 받고, 선사의 결손액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제도다. 100원 택시, 1000원 버스처럼 교통여건이 열악한 지역에 사는 주민에게 보편적인 교통복지를 보장하자는 뜻으로 도입됐다.

전남도는 ‘연안 항로는 해상도로이고 여객선은 대중교통인 만큼 섬 주민의 여객선 운임을 도시의 버스·지하철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며 지난 2018년부터 1000원 여객선 제도를 시행하자고 정부에 건의해왔다. 도 해양항만과 고상준씨는 “이미 법률에 근거가 있는 만큼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시행이 가능하다. 서울·부산 등 대도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보조금이 한해 수천억원에 이르는 현실을 고려하면 훨씬 적은 돈으로 전국 섬 주민의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에서는 “섬 주민과 차량 등에 운임과 요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35조의 2)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해양수산부는 ‘도서민 여객선 운임지원 집행 지침’을 만들어 섬 주민이 부담하는 운임을 3000~7000원으로 책정했다. 운임이 8340원 미만이면 3000원, 8340~3만원이면 5000원, 3만~5만원이면 6000원, 5만원 초과면 7000원을 내도록 했다. 전체 운임 가운데 섬 주민이 낸 3000~7000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국가나 자치단체가 예산으로 선사에 지원해 준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요금이 비싼 먼거리 섬 주민한테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간다는 불만도 나온다. 선사들은 섬 주민한테 할인해준 만큼 국비(50%)와 지방비(50%) 지원을 받는다. 지방비는 대부분 지역에서는 도비 20%, 시·군비 30%로 조성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도비 30%, 시·군비 20%의 비율로 조성해, 재정을 압박하는 정도가 달라서 1000원 여객선을 추진하는 데도 온도 차가 나타난다.

전남 신안군은 지난해부터 수지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공영 여객선을 활용해 1000원 여객선을 실현했다. 신안군청 제공
전남 신안군은 지난해부터 수지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공영 여객선을 활용해 1000원 여객선을 실현했다. 신안군청 제공

해양수산부는 섬 주민의 여객선 운임 인하에 적극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여객선 공공성 강화’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다만 ‘1000원 여객선’처럼 상징성 높은 이름에 매달리기보다는 섬 주민 전체의 여객선 운임 지원율을 높이는 쪽에 정책의 무게를 실어왔다. 올해부터는 섬 주민의 60%가 사는 1시간 이내 단거리 구간(8340원 미만 구간)의 운임지원을 애초 20%에서 50%로 확대했다. 소수 장거리 항로에 집중됐던 운임지원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섬 주민한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도록 조정하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여객선의 섬 주민 운임 지원율은 60%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투입되는 한해 예산은 292억원이다. ‘1000원 여객선’을 도입하면 지원율이 9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여객선 공공성 강화 방안의 하나로 1000원 여객선 도입을 검토했지만 100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해 제동이 걸렸다. 해수부 연안항만과 김대성씨는 “정주 여건 개선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1000원 여객선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도시민 중 일부는 같은 대중교통이라면서 여객선은 1000원 받고, 시내버스·지하철은 1200~2400원 내라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며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 인터뷰/ 서삼석 국회 섬발전연구회 대표

“1000원 여객선은 섬 주민 기본권 보장의 출발점”

“기본권 보장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국회 섬발전연구회를 대표인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은 지난 24일 <한겨레>의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1000원 여객선’의 의미를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 22일 김원이 김태년(이상 더불어민주당), 김태흠 이달곤(이상 국민의힘) 등 의원 18명과 함께 국회의원 연구모임인 섬발전연구회를 창립한 그는 모임 발족을 계기로 섬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 개발과 적극적인 대안 제시를 다짐했다.
-섬 주민을 위해 가장 시급한 제도는 무엇인가.

“섬 주민도 대한민국의 엄연한 국민이다. 기본권으로서 이동권을 보장해야 하고, 의료 교육 문화 등 생활 기초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일부 항로에서 시행 중인 ‘1000원 여객선’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섬 주민의 대중교통 수단인 여객선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과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로서 ‘1000원 여객선’ 도입에 찬성한다. 운임 인하만으로는 주민 불편을 해소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상악화에도 운항이 가능한 선박들을 배치하고 각종 항만시설을 구축하는 등 관리체계를 시급하게 갖춰야 한다. 현재의 열악한 여객선 운항 조건을 개선하는 정책들이 더 중요하다.”

-운임지원 대상을 섬 주민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보는가

“예산을 확보하는 게 문제다. 원칙적으로 일반인들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객선이 ‘대중교통’으로 편입된 만큼 취지를 살려 운영해야 한다.”

-운임 인하를 위해 정부를 어떻게 설득할지.

“섬 주민의 이동권은 기본권이다. 여객선이 버스와 철도처럼 ‘대중교통’으로 인정된 만큼 충분한 예산과 제도를 갖춰야 한다. 해양수산부와 기획재정부에 그런 국가의 역할을 요구하겠다.”

-1000원 여객선을 전면 도입하면 반응이 어떨까.

“섬 주민들은 비록 (정치·행정의) 중심에서 멀리 거주하지만 국가정책에서 소외당하지 않고 국민으로서 대우받는다는 소속감과 자부심을 느낄 것으로 본다. (육지에 거주하는) 국민께서도 대한민국 영토를 지키는 고마운 분한테 최소한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정책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실 듯하다.”

-섬 발전연구회는 어떤 모임이고 어떤 활동을 하는가.

“섬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결성한 국회의원 연구단체다. 섬 지역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 지역낙후 등을 해결하는 정책대안을 마련하고 실현하겠다. 섬의 가치는 영토적·생태적·문화적 측면에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상당수 국제분쟁도 섬을 둘러싸고 진행되는 현실을 바로 보았으면 한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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