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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 12년 만에 ‘매미소리’로 돌아왔어요”

등록 2020-10-21 14:56수정 2020-10-21 15:01

이충렬 감독 21일 부산국제영화제 첫선
“진도 ‘다시래기’ 소재로 가족애 그려”
배우 전원 공모…송가인도 소리 맡아
이충렬 감독
이충렬 감독

“가장 한국적인 소재로 세상 모두가 공감하는 가족애를 그리려 했습니다.”

<워낭소리>의 이충렬(53) 감독은 20일 12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작품 <매미소리>를 이렇게 소개했다. <매미소리>는 21일 개막하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한국영화 파노라마 부문에 초대받아 첫선을 보인다.

“<서편제>, <천년학> 이후 전통예술을 영화로 만드는 게 거의 금기시되었어요. 속도감 있는 최첨단 시대에 맞지 않는 느리고 고루한 소재라는 생각 때문이지요. 현실의 장벽이 높지만 자극적인 상업영화 일색인 영화계에 한국적인 소재와 보편적인 정서로 승부해 보자고 도전장을 냈지요.”

제작사 자유로픽쳐스는 야심작 <매미소리>를 내년도 선댄스·로테르담·베를린 영화제에 잇따라 출품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국제적인 반응과 코로나19 상황을 살펴 내년 4월이나 6월께 개봉할 방침이다.

“<워낭소리> 이후 3~4년을 뇌종양 수술과 금전적 문제 등으로 어렵게 보냈다. 이후 <매미소리>의 각본을 썼지만 완성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매미소리>는 10억원을 들여 제작한 2시간짜리 저예산 극영화다. 제작진은 지난해 9~10월 대형 태풍 3개를 견디며 모든 화면을 전남 진도에서 촬영했다. 배우를 공모해 신청한 1200명 중 40명을 뽑아 주연부터 단역까지 안배했다. 이 덕분에 출연진 모두가 토속적인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할 수 있었다. 진도에서 다시래기보존회 회원들과 인기 트로트 가수 송가인씨 등 진도 주민이 다수 출연해 ‘흥타령’, ‘다시래기’ 등 소리를 맡았다.

영화 &lt;매미소리&gt;의 한 장면. 사진 자유로픽쳐스 제공
영화 <매미소리>의 한 장면. 사진 자유로픽쳐스 제공

제목은 광대나 가수를 뜻하는 ‘매미’가 내는 소리이기도 하고, 매미가 울던 여름에 벌어진 사건의 상처를 은유하기도 한다. 주인공인 광대 배덕배는 다시래기(상여놀이) 인간문화재가 되려고 가족조차 외면한 채 무서운 집념을 불태운다. 이 과정에서 20년 전 가출했던 딸 수남이 트라우마를 안고 돌아와 외동딸 꽃하나를 맡기려 든다. 매미소리 듣그러운 여름 진도에서 부녀는 생사를 넘나드는 불협화음을 내며 맞선다.

다시래기는 이 영화를 끌고가는 모티브다. 다시래기는 진도의 상갓집에서 망자를 진혼하는 씻김굿을 한 뒤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행하는 해학적인 민속놀이다. 헌 생명을 잘 보내고 새 생명을 다시 맞으려는 바람이 담겨 있다.

이 감독은 “덕배는 수남을 살리는 최고이자 최후의 다시래기를 펼친 뒤 황천을 건너간다. 이 영화는 어른의 탐욕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가족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되묻고 있다. 각박한 세상 탓에 가족마저 반목하고 아파하는 이들한테 건네는 따뜻한 영상 메시지로 여겨 달라”고 말했다.

전남 영암 출신인 그는 고려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영상다큐멘타리 수백편을 연출했다. 2008년 다큐멘터리 <워낭소리>가 관객 293만명을 모으는 성공을 거두면서 부산국제영화제 메세나상,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 등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캐나다,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중국 등의 독립·환경영화제에서 잇따라 수상하면서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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