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노고단이 보이는 섬진강 중류의 수달서식지 생태경관보전지역. 섬진강미래회의 준비위원회 제공
지난 8월 큰 물난리를 입었던 섬진강 주민들이 혹사당한 강을 위로하고 탐욕스런 삶을 바꾸려는 순례에 나선다.
섬진강미래회의 준비위원회는 22일 “지난여름 범람의 아픔을 되새기며 주민과 학생이 두달 동안 섬진강 오백삼십리를 걷겠다. 인간의 탐욕으로 망가진 강을 만나고, 자연을 거슬렀던 일상을 바꾸려 한다”고 밝혔다. 지난 8월 폭우 때 상류댐 방류 등으로 섬진강 본류와 지천이 범람하면서 구례·곡성·하동 등지에서 4143억원 규모 피해가 났다.
이 단체는 “석달 만에 응급복구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자연에 용서를 구하고 강에서 응답을 듣겠다”며 “기후위기와 역병발생 등으로 자연은 끝없이 경고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신음하는 강이 우리와 한몸임을 깨닫고 스스로 변화하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참여자들은 11월28일까지 매주 금·토요일 12차례 섬진강 발원지인 전북 진안 데미샘에서 전남 광양 배알도까지 212㎞를 걷는다. 마스크를 쓰고 침묵 속에 걸으며 부서진 풍경을 살피고, 조속한 복원을 기원한다.
섬진강 발원지인 전북 진안군 백운면 데미샘. 섬진강미래회의 준비위원회 제공
데미섬에선 첫날인 23일 오전 10시에 고유제를 연다. 이날 박두규 시인은 걷는 뜻을 알리고, 지리산종교연대 중창단이 ‘모두 다 꽃이야’, ‘작은 세상’ 등 노래를 들려준다.
이 단체 윤주옥 대표는 “지역별로 적으면 7~8명, 많으면 20여명이 걷는다. 날마다 시작점과 도착점을 알려주는 만큼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물길이 막히고 돌려진 현장을 드론으로 기록하고, 강물이 어떻게 흘러야 할지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