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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자가 전남 강진에 ‘토종식당’ 연 까닭은?

등록 2020-11-01 18:20수정 2020-11-02 02:38

김정희 가배울 이사 월출산 자락에
생명 순환 배우는 학교로도 활용
주말에 강강술래 등 문화공연 함께
살림여성주의단체 ‘가배울’의 김정희 상임이사
살림여성주의단체 ‘가배울’의 김정희 상임이사

“몇해 전 토종 씨앗으로 농사를 시작했고, 그 식재료를 활용한 식당까지 열게 됐어요.”

살림여성주의단체 ‘가배울’ 상임이사인 김정희씨는 1일 국립공원 월출산 자락에 식당을 개업한 연유와 과정을 돌아봤다. 그는 지난 31일 전남 강진군 성전면 신풍마을에 토종 가배울 식당을 열었다. 80㎡인 1층 기와집에서 35명 정도가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다. 차림은 토종 씨앗으로 재배한 식재료로 연잎밥, 들깨탕, 부추전, 강된장 쌈밥, 제철 파스타 등이다. 식당에선 식자재를 조달하는 그를 비롯해 주방실장, 공연감독 등 4명이 일한다.

그는 “대안도 없이 유전자변형식품(GMO)을 먹지 말라고 하면 뭐가 달라지겠어요. 방법을 고민하다 토종 농사에서 토종 식당까지 뛰어들게 됐지요. 식당을 여는 데 70여명이 도자기그릇을 보내거나 설립후원금을 내는 등 도와주셨어요”라고 말했다.

식당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다. 이곳은 남도 답사의 거점이고 강강술래를 뛰는 쉼터, 생명의 순환을 배우는 학교로 활용될 예정이다. 개업 날에도 인근 농장을 방문하고 마을 산책 뒤 사물놀이와 지신밟기, 각설이 공연, 강강술래 등을 신명나게 했다.

31일 강강술래로 문을 연 전남 강진군 성전면 신풍마을 토종 가배울 식당.
31일 강강술래로 문을 연 전남 강진군 성전면 신풍마을 토종 가배울 식당.

식당은 주말에 예약제로 운영한다. 귀한 토종 식재료를 남아서 버릴 수 없다는 철학 때문이다. 둘쨋주, 넷쨋주 토요일에는 노동의 전통이 깃든 강강술래 등 문화공연을 곁들인다. 1인당 가격은 공연이 없을 때 1만5천원, 공연이 있을 때 5만원이다. 주중 예약은 반응을 보고 검토하기로 했다.

그는 “토종 씨앗으로 차린 건강한 밥상을 도시민과 나누겠다는 게 사업 목표에요. 나중에 명품이 되든 문을 닫든 아름다운 모험을 해볼려구요. 일본에선 토종식당 1500여곳이 주변 토종농사를 지켜낸다고 하더라구요”라고 전했다.

그는 애초 2000년대 후반 정부의 양성평등 문화사업을 추진하며 현장에서 공동육아와 생협활동을 경험한 여성학자였다. 동양에서 에코페미즘의 근거를 찾은 ‘생명여성주의의 존재론적 탐구: 반야 불교와 노자의 마음 개념에 기초한 신인간형의 모색’이라는 주제로 이화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그는 10년 전 강진에 왔다가 풍경에 매료돼 아예 정착하기로 결심했다. 이어 살림여성주의단체이자 사회적기업으로 ‘가배울’(축제와 울타리를 합친 말)을 만들었다. 가배울은 이 땅의 씨앗, 농사, 음식, 민속 등 토종문화를 살리는 운동을 줄기차게 펼쳤다. 여태껏 2500여명의 남도 답사를 조직했고, 다달이 30여명의 도시민한테 꾸러미를 배달했다. 지난 8월 토종쌀인 고대미로 누룽지 제조허가를 받아 중국 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는 “소비자한테 후원을 받아 재배를 하고, 가공품을 되돌려주는 순환운동을 벌이고 있어요. 예상보다 쉽지 않네요. 아름다운 환경과 지구를 후손한테 물려주려는 일들에 카카오톡 가배울로 인연을 맺어주시지 않을래요”라며 웃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전남 강진군 성전면 신풍마을 토종 가배울 식당.
전남 강진군 성전면 신풍마을 토종 가배울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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