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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진압 거부’하다 경찰 강제 사직 당했는데…명예회복 어렵다고?

등록 2020-11-09 16:29수정 2020-11-09 20:18

5·18 후 11명 일괄 사직…신군부 압력 의혹
경찰청 “강제성 입증 어려워…방법 찾겠다”
광주광역시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 사람을 보라’ 특별전 전경. 5·18 당시 전남경찰을 조명하는 전시로, 지난달 19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열린다. 광주광역시 제공
광주광역시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 사람을 보라’ 특별전 전경. 5·18 당시 전남경찰을 조명하는 전시로, 지난달 19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열린다. 광주광역시 제공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 무력진압 방침에 따르지 않았다가 고초를 당한 경찰관들 상당수가 문재인 정부 출범 뒤 명예를 회복했지만, 사실상 강제 사직당한 경찰관들에게는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형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9일 경찰청에서 받은 ‘5·18 경찰조치 현황’을 보면 1980년 5·18 직후 안병하 당시 전남도경찰국장(당시 경무관·직위해제)과 이준규 당시 목포서장(총경·파면) 외에 안병환 화순경찰서장, 양성우 전남경찰국 경무과장 등 전남도경찰국 소속 고위직 11명이 일괄 사직서(의원면직)를 내고 제복을 벗었다.

1980년 6월30일 안병환 화순경찰서장(경정)을 시작으로, 1980년 7월16일에는 양성우 전남경찰국 경무과장, 안수택 작전과장, 김희순 영암경찰서장, 김상윤 나주경찰서장 등 총경급 10명이 일괄 사직서(의원면직)를 제출했다. 앞서 안병하 국장은 1980년 5월26일 직위해제 후 6월2일 의원면직, 이준규 서장은 7월7일 파면당했다.

의원면직한 경찰들의 공식적인 기록에는 자발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돼 있지만 유족들은 신군부의 강요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이 공개한 1980년 6월19일치 국가보위비상대책상임위원회의 ‘광주사태와 관련된 문책대상 경찰관 조치’를 보면 광주시민을 무력진압하라는 신군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이유로 안 국장, 이 서장과 함께 양성구 경무과장, 안수택 작전과장 등 7명이 치안본부에서 조사를 받았다.

양성우(95) 경무과장의 아들 양철호 동신대 교수는 “아버지가 5·18 때 서울에서 조사받고 온 후 ‘여러 명이 조사를 받았다’는 말씀은 하셨다. 경찰에게 진압 실패의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조사하고 협박한 것이다. 경무과장은 경무관 승진 1순위 대상자인데 아버지가 신군부의 압력이 없었으면 사직서를 제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아버지가 4·19 이야기는 하시는데 5·18에 대해서는 일절 말을 아끼신다. 5·18 당시 경찰 사이에는 4·19에 대한 반성으로 광주시민을 향해 무력 진압해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아버지가 지금은 자랑스럽지만 사직 당시에는 가족들이 힘든 삶을 살았다”고 설명했다.

올해 경찰청은 5·18 때 징계를 당한 경찰의 명예회복을 한다며 올해 5월 5·18 당시 감봉과 견책을 받은 21명의 징계를 취소하고 7월에는 감봉 대상자에게 감봉됐던 급여를 지급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5·18기념식 때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지난해 이준규 총경에 대한 파면 취소에 이어 5·18로 징계받았던 퇴직 경찰관 21명에 대한 징계처분 직권취소가 이뤄졌다. 경찰관뿐만 아니라 군인, 해직 기자 같은 다양한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지난달 21일 제75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이준규 서장을 ‘올해의 경찰 영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 유족들은 안병하 치안감, 이준규 서장과 달리 의원면직한 경찰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경찰청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경찰청은 징계를 취소하며 40년 전 기준으로 10만원 안팎의 감봉액을 지급해 유족들을 우롱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안 치안감의 아들 호재씨는 “감봉됐던 월급 몇푼 주고 5·18 때 고초를 겪은 경찰의 명예회복을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가장 왕성한 시기에 사직서를 낼 수밖에 없었던 해직 경찰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동안 수차례 의원면직한 경찰들에 대해서도 재조명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매번 경찰청장이 바뀔 때마다 무산되곤 했다. 광주시민을 보호하려다 강제 해직당한 경찰들이 잊혀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경찰청 쪽은 강제성 입증이 어렵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박성희 경찰청 역사기록팀 경장은 “경찰청 입장에서도 의원면직한 분들에 대해서 명예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지만 난처하고 어려운 입장이다”며 “징계를 당하신 분들과 달리 의원면직은 강제성을 입증하는 기록이 없어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감봉액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 협의해서 지연이자를 지급할 수 있하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 직후 신군부가 작성한 전남경찰 문책대상 명단.안호재씨 제공
5·18민주화운동 직후 신군부가 작성한 전남경찰 문책대상 명단.안호재씨 제공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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