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이 많은 전남 여수의 국가산업단지. 여수시청 제공
전남도의회가 지난해 대기오염물질 측정값을 조작해 파문을 일으켰던 여수국가산단 기업 대표 5명한테 출석을 요구했다. 지방의회가 국가산단 공장 책임자들을 증인으로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남도의회는 10일 “여수국가산단의 만성적인 대기오염물질 배출로 인근 지역 대기오염이 심각해져 주민의 건강권과 환경권이 침해받고 있다. 주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기업의 책임의 따지고 환경을 개선할 대책을 묻겠다”고 밝혔다.
도의회는 오는 13일 열릴 보건복지환경위원회의 동부지역본부(환경산림국) 행정사무감사에 증인으로 나와달라고 지에스칼텍스, 엘지화학, 한화케미칼,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 5개 기업에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통보를 받은 업체들은 출석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의회는 이들한테 주민의 건강권과 환경권을 지키기 위해 환경오염실태 조사와 주민건강역학 조사, 위해성 평가 연구, 배출시설 공개 등 방안을 제시하고 의견을 듣기로 했다. 또 여수산단환경감시센터 운영과 유해대기물질 측정망 설치 등에 대한 관심도 확인할 방침이다.
강정희 도의회 보건복지환경위 위원장은 ”측정값 조작으로 주민이 본 피해는 측정하기조차 어렵다. 이 때문에 지방의회에서는 전례가 없었던 공장 책임자들의 출석 요구를 하게 됐다. 측정값 조작 사건 이후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고 대기환경을 개선할 방안을 찾는데 질의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전남도의회 보건복지위는 13일 열릴 환경산림국 행정사무감사에 지에스칼텍스, 엘지화학 등 여수산단 업체 대표 5명의 출석을 요구했다. 전남도의회 제공
앞서 검찰은 지난해 4월부터 여수산단 주요 업체들이 ‘을’ 관계인 일부 측정대행업체들과 짜고 질소산화물, 탄화수소, 염화비닐 등 유해 대기오염물질의 배출치 측정값을 조작한 사건을 수사했다. 수사에서 엘지화학, 지에스칼텍스, 한화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롯데케미칼 등 업체들은 2015~2018년 4년 동안 정우·지구 등 측정대행업체들과 짜고 대기오염 물질과 특정 유해물질의 배출치를 1만 차례 이상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위반 때 내야 하는 부과금을 내지 않기 위해 이런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엘지화학은 2016년 11월 채취한 염화비닐 측정값이 207ppm으로 나오자 기준치(120ppm)보다 낮은 113ppm으로 조작하고, 탄화수소 측정치를 기준치인 50ppm 이하로 낮춰달라고 공공연히 대행업체에 요구해 눈총을 샀다.
검찰은 환경분야 시험·검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엘지화학 등 배출업체 25곳의 임직원 68명(구속 3명), 측정업체 4곳의 임직원 10명(구속 2명)을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엘지화학 임원 ㅇ씨가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지에스칼텍스 임원 ㄱ씨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하는 등 관련자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주민들은 이 사건이 터지자 민관 협력 거버넌스와 여수산단 불법배출 시민대책위를 구성해 위반사업장을 민관 합동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등 9개의 권고안을 만들어 당국과 기업에 제안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