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경복궁 흥복전에서 김승수(오른쪽) 전주시장, 정재숙(가운데) 문화재청장,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이 4대 궁궐·종묘 전통한지 후원과 무형문화재 활동지원을 위한 협약식을 열었다. 전주시 제공
조선왕조 4대 궁궐과 종묘가 전주 전통한지로 새 옷을 입는다. 경복궁과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 등 한국 대표 문화재의 창호 보수에 전주한지협동조합이 제작하는 한지가 사용되는 것이다.
전북 전주시와 문화재청, 신협중앙회는 지난 17일 경복궁 흥복전에서 김승수 전주시장과 정재숙 문화재청장,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이 ‘4대 궁궐·종묘 전통한지 후원과 무형문화재 활동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주시는 전통한지의 원료인 닥나무를 무상으로 지원하고, 문화재지킴이 협약기관으로 위촉된 신협중앙회는 1억원 상당의 전주한지 3만750장(1장 크기는 가로 145㎝, 세로 75㎝)을 구입해 4대 궁궐과 종묘의 창호를 보수하는 데 후원한다. 전통한지 제작은 전주한지협동조합이 맡아 전통한지 산업의 활성화에 나선다.
시는 내년 1월부터 2천㎏의 전주산 닥나무를 신협에 제공한다. 전주산 닥나무로 만든 전통한지는 내년 4월부터 2023년 3월까지 4대 궁궐과 종묘의 창호 보수사업에 쓰인다. 이로써 전주한지장들의 자부심이 높아지고 전주한지의 판로도 더 확대될 전망이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2017년에 로마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해 전주한지로 복원한 ‘1904년 고종황제와 바티칸 교황 간 친서’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달했다. 전주시 제공
앞서 시는 계약재배 농가와 함께 1만1800그루의 닥나무를 심어 지난해 20t의 닥나무 줄기와 4t가량의 흑피를 첫 수확 했다. 에이(A)4용지 48만장 규모다.
시는 전주한지를 세계화하는 데 주력해 왔다. 전주한지는 2016년 ‘1333년 바티칸시국이 고려에 보낸 서신’을 복본하는 데 쓰였고, 2017년 파리 루브르박물관이 소장한 ‘바이에른 막시밀리앙 2세 책상’을 복원하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지류 전문기관인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RCPAL)로부터 문화재 보존·복원용으로 적합하다는 인증을 받았다.
한스타일에 따라 전주한지 등으로 꾸민 영국 재외공관. 전주시 제공
김승수 전주시장은 지난 2017년 로마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해 전주한지로 복원한 ‘1904년 고종황제와 바티칸 교황 간 친서’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김 전주시장은 “전주는 한식·한옥·한지 등 전통의 원형을 오롯이 간직한 고장이다. 전주한지의 우수성을 알리고 수요를 창출하는 데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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