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내 한 사립고교에 재직 중 전 교무부장 아들의 답안지를 조작한 교무실무사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형사6단독 임현준 판사는 19일 업무방해 및 사문서변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ㄱ(34·여)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범행 공모관계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전 교무부장 ㄴ(50·남)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답안지가 지난해 10월10일부터 15일 사이에 조작됐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당시 학생의 답안지를 접한 사람은 ㄱ씨 외에 2명의 교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교사들에게는 여러 정황상 학생의 답안지를 고칠만한 특별한 사정이나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 ㄱ씨는 수사단계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있지만 사건이 불거진 직후 범행을 자백하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해 학교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학교의 시험평가와 관리업무는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요한 업무다. 피고인은 교직원으로서 교직사회의 신뢰가 꺾이는 피해를 안겼다. 그런데도 온갖 거짓 진술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무부장 ㄴ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ㄴ씨는 답안지 조작으로 혜택을 본 학생의 아버지로, 직접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서도 “답안지를 조작한 시간대에 ㄱ씨와 ㄴ씨가 주고받은 상당한 양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공모관계를 강하게 의심할 수 있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의심을 넘어 증명에 이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검찰과 경찰은 이들이 서로 공모해 답안지를 조작했다고 판단했지만 재판부는 증거불충분으로 ㄱ씨 단독 범행으로 봤다.
ㄱ씨는 지난해 10월15일 오후 4시께 ㄴ씨 아들(당시 2학년)의 ‘언어와 매체’과목 답안지 3개 문항의 오답을 수정 테이프로 지운 뒤 컴퓨터 사인펜을 이용해 정답으로 고치고 채점기계에 입력해 학교장의 시험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답안지 조작 정황을 뒤늦게 발견한 국어 교사는 이런 사실을 학교에 보고했고 전북교육청이 진상조사에 나서면서 사건이 불거졌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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