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전주시 한 아파트 화단에 고양이에게 밥을 주면 공기총으로 사살한다는 섬뜩한 내용의 글이 발견됐다.
“유기 동물에게 음식물을 제공하는 사람 및 동물을 공기총으로 사살하겠다.”
지난 11월5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평화주공2단지 아파트 주변 화단에는 섬뜩한 내용의 글이 폐스티로폼에 적혀 있었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문제를 두고 주민과 캣맘(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간 갈등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난 풍경이었다. 아파트 단지에서는 밥을 비닐봉지에 담아 벤치 밑에 두는 행위 때문에 쓰레기와 동물 배설물이 생기고 악취가 났다.
주민들은 불만이 크다. 주민들은 “밥을 줄 거면 집에 데려가서 주든지, 아니면 배설물이라도 깨끗이 치워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캣맘들은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서 한 자리에서 밥을 줘야 한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며 맞섰다.
전주시가 동물 학대행위를 금지하는 펼침막을 내걸었다.
이 지역을 담당하는 전주 완주경찰서는 갈등이 커질까 봐 예의주시한다. 경찰서 쪽은 “일부 내용이 부적절하지만 대상이 불특정한 민원성으로 보이고, 구체적 범죄와 관련성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법적 판단과 달리, 지역 내 불안요소가 상존하고, 더 큰 범죄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완산경찰서는 지난 9월부터 시범운영하는 ‘지역안전순찰제’를 착안했다.
지역안전순찰제는 지구대나 파출소 경찰관이 순찰을 돌면서 주민한테서 접한 각종 민원과 건의사항 등을 관계기관 등과 연결·조정·협의해 해결하도록 하는 제도다. 선제적인 예방 치안활동인 셈이다.
경찰은 지난 11일 반려동물의 생명권과 쾌적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지구대장, 시청 동물복지과 직원, 평화1동장, 주민자치위원장, 아파트관리소장, 캣맘 대표 등이 모였다.
간담회 결과 주민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서로 협의하고 먹이를 주는 장소의 배설물을 청소하기로 했다. 또 △캣맘에 대한 폭언·협박 행위 금지 △개체수 조정을 위한 TNR(중성화수술) △급식소 보급과 동물보호 인식개선을 위한 안내책자 배포 등을 합의했다. 박은주 평화1동장은 “경찰은 단속하거나 범죄가 발생하면 범인을 잡는 줄만 알았는데, 주민 갈등을 함께 해결하려는 모습이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전주시 한 아파트 화단에 유기동물에 음식물을 제공하면 즉시 공기총으로 사살한다는 내용의 글이 발견됐다.
전북경찰청은 시범운영 중인 이 제도를 2개 경찰서에서 내년부터 15개 전 경찰서로 확대할 방침이다. 김제경찰서는 주민의견 수렴 뒤 여성 범죄예방 인프라 구축사업을 결정하고 보안등을 설치해 우수 사례로 뽑혔다. 진교훈 전북청장은 “주민이 만족하는 선제적 예방 치안활동을 위해 서로 협업과정을 통한 정책 도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사진 전북경찰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