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전북 정읍시 내장산 주변에서 제22회 정읍 전국민속소싸움대회가 열렸다. <한겨레> 자료사진
20여년 동안 이어진 전북 정읍시 소싸움대회의 내년 개최가 불투명해지자 지역단체가 반색하고 있다.
정읍시는 1일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돼 2021년도 예산안에 소싸움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는 “폐지 절차는 아니다. 소싸움대회가 10월 하순에 열리는 만큼 코로나19 종식 상황을 봐가며 내년 여름께 개최 여부를 재검토해 추경에 반영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읍시는 소싸움대회와 소싸움 육성을 위해 해마다 예산을 지원했다. 2017년에는 4억4360만원, 2018년에는 3억7975만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2019년과 올해에도 각각 예산 2억2052만원과 1억4885만원을 편성했으나 돼지열병과 코로나 탓에 대회가 취소되면서 집행을 하지 못했다.
정읍시의 소싸움대회는 20여년 역사를 지녔다. 1996년 전국민속소싸움대회가 처음 열렸고 2003년에는 정부가 지정하는 문화관광축제에 선정될 만큼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2017년부터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동물학대 소싸움도박장 건립반대 정읍시민행동’은 2017년 6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정읍시청 앞에서 300회가 넘는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동물 학대와 예산 낭비라는 의견과, 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견해가 지역사회에서 맞섰다.
정읍 녹색당은 내년도 소싸움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것을 환영했다. 녹색당은 “시가 내년도 예산에 소싸움대회 예산 편성을 안 한 것은 사실상 폐지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며 “가축 전염병과 코로나 등으로 인해 물리적으로도 개최 불가능 요인이 커졌다. 이제는 소싸움 도시가 아닌 동물과 인간이 함께 행복한 동물 친화적 정읍시로 널리 알려지기를 소망한다”고 논평했다.
‘동물학대 소싸움도박장 건립반대 정읍시민행동’ 권대선 공동대표가 2018년 12월 정읍시청 앞에서 소싸움대회 관련 예산 삭감을 촉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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