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광주 북구 에버그린실버하우스에 22일 출입통제 안내판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광주광역시 한 요양원에서 입소자와 직원 등 16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광주의 요양원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고령자들이 생활하는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감염사태가 이어지면 중증전담 병상이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광주시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날 기준으로 광주시 북구 에버그린 실버하우스(노인요양원)에서 입소자 12명과 직원 4명 등 모두 1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 직원 4명 중 3명이 이 요양원 요양보호사다. 요양원 확진자 가운데 고령 확진자 1명은 지난 21일 오후 7시께 사망했다. 요양원엔 입소자 62명과 직원 45명 등 107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 요양보호사(광주 885번째)는 지난 12·17일 광주 868번째 확진자를 만났다고 한다. 시 관계자는 “868번째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요양보호사가 포함된 사실을 알고 진단검사를 해 감염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요양원 관련 확진자는 더 늘 가능성이 크다. 이 요양원의 지표환자인 요양보호사는 지난 16~18일 사흘 동안 이 요양원에서 근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방역당국은 이날 진단평가를 통해 입소자들의 분산 배치나 동일집단 격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광주에서 고령자들이 생활하는 요양원 확진자가 두 자릿수 이상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에 요양원은 252곳(2만8220명)이 있고, 요양병원은 60곳(1만9203명)이 있다. 시는 요양원·요양병원 등 코로나 발생 우려가 큰 고위험군 시설에 대해 한 달에 한 번씩 전수 조사를 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에버그린 실버하우스도 지난 11일 전수조사한 결과 확진자가 없었지만, 이튿날 접촉이 이뤄져 아쉽다”고 말했다. 고령자들이 많은 요양원 등 고위험군 시설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잇따라 발생할 경우 중증전담 병상이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광주의 중증전담 병상 11개와 준중증전담병상 6개 등 17개 가운데 3개 병상만 남은 상태다. 전북도 13개 중 1개만 비어 있다. 신민호 전남대 교수(예방의학과)는 “요양원 등 고위험군 시설 직원들이 ‘숨은 확진자’와 접촉하면 전파를 막을 길이 없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에버그린실버하우스 확진자 중 중증 환자가 없어 빛고을전남대병원으로 모두 격리조처를 했다. 광주의 중증전담 병상은 11개지만, 아직 수용 가능하다. 전남대병원(5개)과 조선대병원(3개)에 추가 시설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에선 전날 요양원 확진자 16명을 포함해 모두 2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기독병원 확진자 4명과 유통업체 관련자 1명, 기존 확진자와 접촉한 4명,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1명 등이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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