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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이야기로 우리 삶 회복했으면”

등록 2020-12-30 18:33수정 2020-12-31 02:35

보성에서 유기농사 짓는
송만철 시인 5집 ‘물결’ 내
고향 고흥서 교사 하다 퇴임
‘백남기 추모시집’으로 문학상
송만철 시인
송만철 시인

“시골 이야기가 옛날이 아니고 묻혀버린 세계라고 봐요. 농촌의 정서가 우리의 삶을 회복시킬 여지를 갖고 있지요.”

전남 보성에서 농사를 지으며 시를 쓰는 송만철(63) 시인은 28일 “자연이 온전하게 살아 숨 쉬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또 한 권의 시집을 냈다”고 밝혔다. 그의 다섯 번째 시집인 <물결>(천년의 시작)엔 “상상이나 상징성보다 사실에 기반을 둔 담백한 문체”로 쓴 시 70여편이 담겨 있다. 그의 시 소재는 여전히 “시골과 자연, 그리고 과거의 체험들”이지만, “시 안의 공간과 정서적 경험이 현재 삶과 맞물려 확장”되고 있다.

&lt;물결&gt; 표지
<물결> 표지

송 시인은 “생명과 공생해야 사람도 산다”고 생각한다. 중앙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경기도에서 교직을 시작한 그는 1996년 전남 고흥 고향의 학교로 전근해 귀향했다. 2011년 명예퇴직한 뒤 보성의 작은 마을에 있는 작은 땅뙈기에 농약·비료를 전혀 쓰지 않는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현대식 농업용 기계를 사용하는 것을 거부하고 손과 도구만을 이용하고, 과거 조상들이 했던 대로 재래식 화장실의 인분을 숙성시켜 거름으로 쓴다. 그는 “느리고 더디게라도 땅을 덜 훼손시키며 농사를 짓고 시를 쓰며 나 자신을 가다듬고 싶다”고 말했다.

문명적 대안을 찾는 그가 쓴 시엔 “점점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애착”이 스며있다. “폐교된 학교에 핀 산목련꽃”, “둑길로 유모차를 거칠게 끌고 가는 이주 여성”, “노인 대여섯 남은 마을”, “추수철 온 들판에 콤바인 두어 대 탈탈거린 소리” 등 생생한 삶의 현장의 갖가지 소재들이 시어를 캐내는 “시 밭”이 된다. 그러면서도 송 시인은 “아직도 시대와 대거리하는 것”을 잊지 않고 산다. “도민에게 고통을 강요하는 비행 시험장 취소하라”고 적힌 펼침막, “농어민 수당 지급을 위한 조례 제정 도청 도의원 회의” 등의 표현이 여전히 그의 시에 등장하는 이유다.

1996년 <불교문예>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그는 텅 빈 밀밭을 보며 고 백남기 농민을 잊지 않고 사는 ‘농부시인’이다. 1998년 보성에 살던 백남기 농민을 찾아가 인연을 맺었던 그는 ‘물대포 사건’이 났던 2016년 11월부터 1년여 동안 보성역 앞 천막농성장에서 거의 날마다 시를 쓰고 낭송했다. 2017년 주변의 권유로 고 백남기 농민 추모시집 <들판에 다시 서다>(문학들)를 내 ‘송수권 시문학상’(남도시인상)을 받기도 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천년의 시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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