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영상위원회는 6일 “지난 20년 동안 익명으로 성금을 낸 ‘전주 얼굴없는 천사’를 소재로 한 영화 <천사는 바이러스>라는 작품을 오늘 개봉한다”고 밝혔다.
전주영상위원회가 제작을, 주식회사 씨엠닉스가 배급을 맡았다. <길 위에서> 등 작품으로 이름을 알린 김성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배우 박성일과 이영아, 문숙, 전무송 등이 출연한다. 상영시간은 114분이다.
영화는 이 천사를 취재하겠다고 나선 기자 지훈(박성일)이 노송동주민센터를 찾아오면서 시작한다. 마을에 잠입해 조사를 시작한 지훈은 사실 기자가 아니라 사기꾼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영화는 극적 반전을 맞는다. 지훈이 접근하는 순수한 마을 사람인 천지 역할은 배우 이영아가 맡았다. 이영아는 촬영을 끝내고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잘라 기부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코로나 등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많은 분들께 전주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이 전달돼 조금이나마 위로와 용기를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앞서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됐다. 2015년에 전북 문화콘텐츠 융복합사업 작품으로 선정돼 제작비를 전액 전북도가 지원했다. 전주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주민센터에 해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에 수천만 원의 성금을 몰래 놓고 갔다. 그동안 금액을 합하면 모두 7억3863만3150원이다. 2019년에는 이 성금을 노린 절도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주시는 얼굴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고 아름다운 기부문화가 확산하도록 노송동주민센터 화단에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얼굴없는 천사의 비’를 2009년 12월 세웠다. 주민들은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을 본받자는 뜻에서 숫자 천사(1004)를 본따 10월4일을 ‘천사의 날’로 정하고 불우이웃을 돕고 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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