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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왜 폭설에도 ‘신차 운송’에 나서야만 했을까

등록 2021-01-08 05:00수정 2021-01-08 10:22

목포항에서 하차 작업중 운송기사 숨져
현대글로비스 “운송보류 지시했다” 해명
지난달 30일 광주시 동광주 나들목에서 차량 운반 트럭이 눈길에 미끄러져 반파됐다.
지난달 30일 광주시 동광주 나들목에서 차량 운반 트럭이 눈길에 미끄러져 반파됐다.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생산한 신차를 운송하는 화물기사가 폭설 속에서 하차 작업을 하다 숨져 책임 공방이 일고 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는 기상 악화에도 운송기사들이 운행에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회사 쪽은 사전에 운행 중지를 공지했다며 반박했다.

7일 화물연대 광주카캐리어지회, 기아차 광주공장, 현대글로비스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달 30일 밤 9시10분께 신차 운송 트럭 기사 최아무개(74)씨가 전남 목포항에서 차량을 하차하던 중 미끄러져 3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최씨는 당일 저녁 7시께 기아차 광주공장 2공장에서 생산한 스포티지, 쏘울 등 수출 차량 6대를 싣고 목포항으로 운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20분 뒤인 이날 밤 9시30분께에는 동광주 나들목에서 또 다른 신차 운송 트럭이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반파됐다.

화물연대는 당시 광주·전남 지역에 폭설이 내리는 상황이었는데도 기아차 광주공장과 운송업체 현대글로비스가 무리하게 운송을 지시해 사고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사고 당일 오후 4시20분 기준 광주에는 15㎝(대설경보), 목포에는 1㎝ 미만(대설주의보)의 눈이 쌓여 있었다. 운송기사들은 현대글로비스 광주사무소 쪽에 기상 악화로 운행이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으나, 회사 쪽은 제설작업 등 도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오후 5시30분께 운송 물량을 배정했다. 현대글로비스는 50분 뒤인 저녁 6시20분께 운송업체 쪽에 운송 보류를 통보하고 운송업체는 6시36분 카카오톡 단체방을 통해 이 방침을 기사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최씨는 상차 작업을 진행한 뒤 저녁 7시18분에 목포항을 향해 떠났다. 최씨가 지침을 무시했는지, 확인하지 못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회사는 운송 보류 지침을 내리고도 최씨 출차를 허용했다.

6일 새벽 화물연대 광주지역본부 조합원들이 광주시 서구 기아차 광주공장 정문에서 차량 운반 트럭 기사들의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6일 새벽 화물연대 광주지역본부 조합원들이 광주시 서구 기아차 광주공장 정문에서 차량 운반 트럭 기사들의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생산된 수출 차량은 공장에 상주하는 현대글로비스 직원이 운송업체 4곳에 물량을 나눠 배정하면, 각 운송업체는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계약한 운송기사들에게 다시 배정하는 하도급 구조로 운송된다. 이런 방식으로 운송기사 108명은 하루 평균 2.5번 목포항으로 신차를 운송한다.

김종열 화물연대 광주카캐리어지회장은 “개인사업자 자격인 운송기사들은 운행을 거부하면 다음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폭설이 오더라도 운행에 나설 수밖에 없다. 7일 오전에도 폭설이 내렸지만 또 물량을 배정받았다. 기아차와 현대글로비스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으나 우리는 개인사업자여서 묵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 쪽은 “사고가 발생해 안타깝다. 운송 보류와 다음날 운송 지침을 동시간대에 배정된 33대 화물차 모든 운전자에게 통보했으나, 사고 차주 최씨만 어떤 이유로 운행에 나섰는지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규정들을 원점에서 재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사진 화물연대 광주카캐리어지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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