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경. <한겨레> 자료 사진
“양쪽 모두 어수선할 수밖에 없지요. 넘겨줄 것과 받을 것, 둘 다 준비해야 하니까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문화전당) 관계자는 11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아특법) 개정안이 확정되지 못한 상황과 관련해 “현행 아특법에 따라 아시아문화원(이하 문화원)에 업무를 위탁하는 절차를 밟으면서 앞으로 문화원 업무를 인수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며 준비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화전당에 올릴 각종 콘텐츠를 창·제작하는 문화원 직원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아특법 개정안 불발 아특법 개정안은 어렵사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막혔다. 결국 지난 8일 마무리된 임시 국회 본회의에 오르지도 가지 못했다. 2015년 3월 통과한 아특법엔 문화전당은 5년 후인 2020년까지 아시아문화원에 일부 위탁하고, 이후 평가를 거쳐 ‘전부 위탁’하게 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병훈 의원(광주 동남을)이 대표 발의한 아특법 개정안은 법인화와 관련한 내용을 삭제하고, 문화전당(행정기관)과 아시아문화원(콘텐츠생산)으로 분리·운영하던 것을 통합해 일원화하자는 게 핵심이다. 문화전당의 국가 차원 지원 등을 현행 2026년에서 2031년까지 5년간 연장하자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아특법 개정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해 12월로 아특법 시효가 만료되면서 문화전당 사업 추진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현행 아특법에 따라 문화전당 실적과 성과를 평가해 아시아문화원에 운영을 위탁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또 아특법 개정안이 2월 임시 국회에서 처리될 경우 등에 대비해 문화원의 업무를 인계받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문화원 관계자는 “현행 아특법에 따라 문화전당 업무를 인수할 준비를 하면서 문화원 해체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특법 개정안이 2월 임시 국회에서 처리돼야 큰 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다음 달 사업비 정산 및 예산 배정이 끝날 때까지도 아특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올 상반기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 국민의힘 국회 문체위 소속 위원들은 문화전당과 문화원 두 기관이 합쳐지면 비용·예산이 더 들 것을 우려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역 문화단체에선 “박근혜 정부 때 전격적으로 법인화를 시도해 조직이 이원화돼 비정상적인 상황이 된 것을 아특법 개정안을 통해 정상화하려는 것”이라며 “호남동행을 외치는 국민의힘은 아특법 개정안 문제를 더는 정쟁의 수단으로 삼지 말길 바란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정상화 시민연대’ 등 80여개 광주지역 문화·시민단체가 지난해 11월 25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아특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고용승계가 특혜라고?아특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문화원 직원들의 고용승계가 순조롭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아특법 개정안엔 문화원 소속 직원 중 문화전당 근무를 희망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일정 범위 내에서 문화전당 소속 공무원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채용 특례 규정이 있다. 문화원 인원 249명 가운데 정규직이 96명, 공무직(무기계약직)이 153명이다. 문화원이 해체되면 문화원 정규직의 경우 60% 정도는 문화전당으로 가고, 40% 정도는 신설되는 재단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설 문화재단은 문화관광상품의 개발·제작 등의 사업을 한다.
국민의힘 등 일부에선 문화원 직원들의 소속이 공무원으로 바뀌는 것에 대해 “필기시험도 없이 공공기관 직원을 공무원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특혜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일부에선 지난해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한다고 밝힌 뒤 ‘불공정 논란’이 일었던 것에 빗대 ‘제2의 인국공 사태’라고 비아냥거리도 한다.
이에 대해 문화원 직원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한다. 이우제 민주노총 광주·전남지부 아시아문화원지회장은 “공기업 채용 절차를 거쳐 입사해 정년이 보장된 정규직들로, 문화·예술 창·제작 관련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특히 이번 공무원 전환은 직원들이 요구해서 하는 게 아니라 정부 정책의 필요에 따라 신분이 바뀌는 것인데 특혜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화원 직원은 “공무원으로 다 전환해 주는 것도 아닌데, 특혜받은 것처럼 몰아간다. 공무원으로 소속이 바뀌면서 문체부에서 학예직이나 전문경력관 등의 일을 맡게 되지 않을까 불안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화전당은 광주 옛 전남도청에 자리한 국내 최대 규모의 문화예술 시설이다. 2005년 전남도청이 전남 무안으로 이전한 뒤 2015년 11월 개관했다. 옛 전남도청 일대 터(12만8621㎡)를 지하로 14~18m 파 문화정보원·문화창조원·예술극장·어린이문화원을 광장 주변에 건립했다. 5·18 사적지인 옛 전남도청 건물인 민주평화교류원은 2022년 12월 원형 복원공사가 끝난 뒤 문을 연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