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역 노동단체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에 처한 돌봄·택배·청소·운수 분야 필수노동자를 보호하는 조례의 제정을 미룬 전남도의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교육공무직노조 전남지부와 공공운수노조 전남본부 등은 3일 “전남도의회가 감염병 확산으로 고용불안 심화와 노동강도 증가 등 겹시름을 앓고 있는 노동현장을 전혀 모른다”며 “필수노동자를 보호하려는 조례안의 제정을 미룬 데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남도의회는 지난 1일 전남도 필수노동자 보호와 지원에 관한 조례안의 의결을 보류했다.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라는 이유였다. 상위법인 필수노동자 보호법안은 지난해 11월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명이 발의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해당 상임위인 경제관광문화위원회는 “상위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고, 해당 내용은 이미 ‘전남도 노동자 권리 보호와 증진 조례’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현창 상임위원장은 “6월 안에 상위법이 통과될 것인 만큼 지원 대상과 사업 범위를 다시 손질하는 일이 없도록 현실에 맞게 보완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조례안은 감염병 등 재난 발생 때도 주민생활을 보장하고 사회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위험에 노출된 채 대면 업무를 하는 의료·돌봄·복지·안전·물류·운송·택배·배달·미화 등 분야 노동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3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노동실태를 조사하는 것을 지사의 책무로 규정했다. 또 처우 개선과 연구 조사를 시행하고, 이들에게 재화나 복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조례 제정을 낙관한 전남지역 노동단체들은 강한 실망감을 나타내며 전남도의회가 시대착오적인 판단을 했다고 비판했다. 조례안은 전체 의원 57명 가운데 32명이 발의했고, 서울·부산·제주 등 전국의 자치단체 26곳에서도 앞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조례를 제정했다. 박신자 전국교육공무직노조 전남지부장은 “도의원들한테 실망스럽다. 초등 돌봄 강사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근로시간이 6시간 이하로 줄거나, 외부에 위탁되지 않을까 좌불안석하고 있다. 걱정하지 않고 일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촉구했다.
환경미화·보건의료·택배노조에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전남지역의 운수노동자 2만여명과 방문간호사 5천여명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일감이 사라지면서 생계 유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택배노동자 1만여명과 환경미화원 1만여명은 폭증한 택배물량이나 쓰레기 탓에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들은 “코로나가 숙어지면 조례를 만들겠다는 것이냐. 서울 성동구는 지난해 9월, 전남 순천시는 지난 2일 조례를 제정하는 등 지역사회가 앞장서 필수노동자를 보듬고 있다”고 말했다.
조례를 발의한 이보라미 의원(정의당)은 “한시가 급하다.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험한 자리를 마다하지 않는 노동자를 지역사회가 앞장서 보호해야 한다. 다음 회기인 3월에는 반드시 의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