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도용 사시를 알린 이재봉 교수의 페이스북 글.
경찰이 진보 정치학자인 이재봉(66) 원광대학교 명예교수의 전자우편(이메일) 계정 도용사건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전북경찰청은 익산경찰서가 설 연휴 전 피해자 조사를 끝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은 1차 조사를 마친 뒤 사건을 수사할 방침이다. 이 교수를 사칭한 전자우편은 지난달 이 교수의 지인인 미국 감리교의 80대 원로 목사에게 발송됐다.
전자우편에는 “형님, 북한 8차 당 대회 평가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동향 글 보내니 의견 주시면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기를 바라며, 아우 드림”이라는 내용과 함께 문서파일이 첨부됐다. 전자우편을 열어본 목사는 첨부문서 내용이 이 교수의 논조와 다르다고 판단해 이 사실을 이 교수에게 알렸다.
확인 결과, 발송자 이름은 이 교수가 평소 쓰던 ‘Jae-Bong’으로 적혀 있었으나 도용된 것이었다. 이 교수는 “제가 1~2월엔 제 글을 쓰지 않고 남의 글만 있겠다고 한 터에, 첨부문서가 제 평소 주장과 다른 내용이라 이상하다면서 (원로 목사가) 다른 매체를 통해 알려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제 이메일을 받아보는 분들에게 혹시 무슨 피해가 생길지 걱정되고,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했다. 앞으로 제 이메일을 받기 부담스럽거나 찜찜한 분들을 주저 없이 ‘수신 거부’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이제 막 피해자 조사를 마쳤고 수사 초기 단계다. 컴퓨터 포렌식을 통해 악성 프로그램이 심어졌는지 확인한 뒤 정치적인 부분이 있다면 안보수사과가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진보 정치학자인 이 교수는 1996년부터 원광대에서 미국정치와 평화연구, 북한사회, 통일문제 등을 강의했고, 지난해 8월 정년으로 퇴임했다. 그는 1999년부터 ‘남이랑 북이랑 더불어 살기 위한 통일운동’을 전개했고, 매월 1∼2차례 소식지를 만들어 5800여명에게 전자우편으로 보내고 있다. 2018년에는 대한민국의 촛불시민을 노벨평화상 대상자로 추천하기도 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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