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화엄사 흑매. 붉다 못해 살짝 검은빛이 돌아 아름답다.
‘호남 5매’ 등 남도의 대표적인 매화나무에 담긴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다. 사단법인 대동문화재단과 남도문화마루가 최근 <남도매화를 찾아서>라는 책을 냈다.
이 책엔 1500여년 전 중국에서 한국에 들어온 매화 이야기가 사진들과 함께 실려 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 매화가 들어오기 전에 우리 땅에 심어진 매화들이다. 전문가들은 “꽃이 많은 일본 매화와 달리 토종 매화는 꽃은 적지만 꾸불꾸불한 고목에서 풍기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엔 장성 백양사 고불매, 담양 지실 계당매, 광주 전남대 대명매, 고흥 소록도 수양매, 순천 선암사 선암매등 ‘호남 5매’를 소개하고 있다.
순천 선암사 경내 350~650년인 매화나무 50여 그루는 선암매라고 한다. 이 매화군락 중 흰 매화 한 그루와 분홍 매화 한 그루가 2007년 천연기념물 제488호로 지정됐다. 책에서는 선암사 선암매를 “기품이 있고 향기도 깊어 감동을 주는 명품”이라고 했다.
전남대 대명매는 대강당 앞에 있는 매화나무 군락이다. 1621년 주문사 서장관(외국에 보내는 사신 가운데 기록을 맡아보던 임시 벼슬)으로 명나라 베이징에 갔던 고부천 선생이 희종한테 선물을 받아 담양 창평 유촌리에 심었던 매화의 후계목이다. 이 매화는 전남대 농대 제3대 학장 고재천 박사가 1961년 10월 기증해 1976년 3월 이식한 나무로 알려졌다. 호남 5매 중 한센인과 애환을 함께했던 전남 고흥 소록도 수양매는 2011년 여름 폭우로 쓰러졌다가, 그해 10월 결국 고사했다.
이 책은 순천 금둔사 납월홍매, 담양 소쇄매, 강진 월남매, 나주 죽설헌 죽설매, 구례 매천매, 영암 왕인매, 창평 장전매, 담양 지실 와룡매, 화순 죽수매, 장성 고산매 등 호남의 매화들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구례 화엄사 흑매는 붉다 못해 살짝 검은빛이 돌아 아름답다. 또 매화시, 묵매화 등 시·서·화로 사랑 받은 매화 인문학 이야기도 흥미롭다.
매화 사진은 리일천 작가가 촬영했다. 리 작가는 2년간 매화가 피는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38곳을 찾아다니며 매화 풍경을 담았다. (062)461-1500.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대동문화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