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서 폐기물 수거작업을 벌이고 있는 환경미화원들.<한겨레>자료사진
법원이 근무 중 폐암에 걸린 환경미화원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인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노동계는 지자체가 업무상 질병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10일 민주노총 법률원 광주사무소, 전남노동권익센터 등의 말을 종합하면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유재현 판사는 전남 순천시에 대해 근무 중 폐암에 걸린 환경미화원 ㄱ(66)씨에게 1200만원, ㄴ(사망 당시 65)씨의 유족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올해 1월14일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다. 순천시는 이의신청하지 않아 이번 결정은 지난달 16일 확정됐다.
원고 ㄱ씨는 1990년 6월 순천시 환경미화원으로 채용돼 일하던 중 2017년 6월 폐암 진단을 받아 치료 중이다. ㄴ씨는 1996년 9월부터 일하면서 2017년 9월 폐암을 진단받았고 지난해 5월 사망했다. 이들은 각각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급여를 신청해 2019년 2∼3월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신청인들이 폐기물 수거차량의 디젤 엔진 연소물질에 장기간 노출됐고 폐기물 등에서 발생한 결정형 유리 규산과 석면에도 노출돼 폐암 발병과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ㄱ씨와 ㄴ씨 유족은 순천시가 마스크 등 보호장구를 지급하거나 수거차량에서 배출되는 매연을 줄이는 등 유해물질로 인한 위험방지에 소홀했다고 지적하며 2019년 8월 순천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순천시가 마스크 등 보호장구를 지급하고 수거차량 매연을 줄이거나 환경미화원이 수거차량 뒷부분에 탑승할 경우 배기가스 배출구에서 나오는 매연을 바로 흡입하지 않도록 하는 등의 노동자 보호의무를 위반해 손해 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이었다.
노동계는 이번 화해권고 결정을 계기로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환경미화 노동자의 산업재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후 수거차량의 교체와 저상 수거차량 도입, 유해물질 저감장치 설치, 유해물질에 대한 교육과 안전장비 지급 등이 담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폐 관련 질환 검진을 지원하고 환경미화 노동자 건강실태조사도 요구했다.
김성진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그동안 지자체 소속 노동자의 업무상 질병은 산업재해 인정 여부에만 관심이 쏠려 지자체의 방지 대책은 다소 소극적이었다. 지자체에 직접적인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이번 법원의 결정이 향후 산재 재발을 방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 센터장은 “전국 지자체에서 환경미화 노동자의 작업환경과 건강관리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