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광주광역시 서구 염주체육관에서 75살 이상 어르신들이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만 75살 이상 시민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첫날인 1일. 전국 각지의 예방접종센터에서는 아침부터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예방 접종은 대체로 무난하게 이뤄졌지만, 일부 어르신들은 접종 날짜를 착각해 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부산 부산진구에 있는 부산시민공원 안 시민사랑방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는 어르신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다. 부산진구의 예방접종센터는 지난달 10일 부산시 1호로 문을 열었다. 화이자 백신은 지난달 24일 이곳에 도착했다. 담당 기초단체인 부산진구는 이곳에 영하 90도∼영하 60도 사이에 보관해야 하는 화이자 백신 보관용 초저온냉동고와 정전대비 시설 등을 갖춘 뒤 합동점검과 모의훈련을 진행하며 접종 준비를 해왔다.
예방접종센터 들머리에서 공무원들은 시민의 신분을 확인한 뒤 센터 안으로 접종 대상자를 차례대로 들여보냈다.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안의 시민사랑방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 들머리 모습.
예방접종센터 안에서는 의료진들이 체온을 재고 다시 한 번 신원을 확인한 뒤 지병이나 복용약 등을 묻는 등 대상자를 예진했다. 대상자들은 임시로 마련된 주사실로 이동해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이어 대상자들은 접종 확인서를 발급받은 뒤 대기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기 장소에는 접종 뒤 이상 반응과 이상 증상 자가진단, 대처 방안 등을 설명한 안내글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담당 공무원은 “접종을 받은 뒤 15분 동안 이상 증상 발현 등을 지켜보고 이상 없으면 집으로 향한다. 접종 뒤 알레르기 반응이 있으면 30분 동안 상태를 지켜본 뒤 집으로 돌려보낸다”고 설명했다.
부산진구 예방접종센터 앞에서 한 공무원과 작은 승강이를 벌였던 김아무개(78)씨는 “모레 접종하기로 계획됐는데, 하루라도 빨리 맞으려고 오늘 이곳에 왔더니 (공무원들이) 안 된다고 해 헛걸음했다”고 혀를 찬 뒤 집으로 향했다
이날 접종을 받은 박아무개(95)씨는 “맞기 전 불안감은 없었다. 왼쪽 팔에 주사를 맞았는데, 별다른 느낌은 없었고 통증도 없었다. 감기 예방 주사와 비슷하다. 접종받고 나니 기분도 좋고, 안심된다”고 말했다. 예방접종센터 출구에는 백신 이상 반응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119구급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부산진구는 예방접종센터에 의료진과 행정원 등 40여명을 투입해 하루 600명 접종을 목표로 운영한다. 부산시는 이날부터 1946년 12월31일 이전에 태어난 시민 25만7000여명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부산진구 접종센터 말고도 이날 부산 남구의 남구국민체육센터에도 예방접종센터에서도 접종이 진행됐다. 다른 지역도 예방접종센터가 준비되는 대로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다.
광주 서구 염주체육관에서도 예방접종이 이어졌다. 1일 오전 방문한 서구 염주체육관 1층 정문은 백신주사를 맞으러 방문한 삼삼오오 방문한 어르신들을 볼 수 있었다. 광주는 5개 자치구(동·서·남·북·광산) 중 백신 접종장소를 먼저 마련한 서구와 남구부터 접종을 시작했다. 접종 대상자는 서구 1만3425명, 남구 1만2376명 등 모두 2만5801명으로, 이날 서구에서는 598명이 주사를 맞을 예정이다.
염주체육관에서는 오전 10시까지는 요양시설 입소자, 이후부터는 75살 이상 일반 어르신들이 접종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노란색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 10여명이 부축해 이동을 도왔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경찰, 119, 31사단에서도 접종장소에서 대기했다.
어르신들은 4개 구역으로 나눠 예진표 작성, 예진, 접종, 접종 후 대기 순으로 접종절차를 밟았다. 어르신들은 예진 때 귀가 잘 들리지 않은 듯 큰소리로 지병을 말하는 어르신도 있었고, “주사가 무섭다. 살살 놔달라”고 부탁하는 어르신도 있었다. 접종 후 최소 15분간 대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바로 귀가하려는 어르신들도 있어 자원봉사자들이 황급히 붙잡는 모습도 보였다.
일반인 어르신들은 이날 농성2동, 양3동, 농성1동 거주자 순으로 시간을 달리해 접종했다. 하지만 접종 대상자로 지정되지 않은 어르신들도 염주체육관을 찾아 한때 소란이 일기도 했다. 접종 시간을 착각한 한 어르신은 “일부러 택시 타고 왔는데 그냥 가라고 한다”며 항의했고 자원봉사자들은 상황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서구청 관계자는 “대상자는 사전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통보했는데 아파트 방송 등을 듣고 찾아오신 분들이 종종 있다”며 말했다.
일반인 중 처음으로 접종한 양맹순(89) 할머니는 “생각보다 주사가 아프지 않았다. 고생한 공무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서구는 7일까지 1차 접종을 마친 후 22∼27일 2차 접종을 진행할 예정이다. 북구(전남대학교 스포츠센터), 동구(동구문화센터), 광산구(광주보훈병원 재활체육관)에서도 이달 중순부터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다.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 체육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도 의료진이 이날 오전 8시40분께 93살 김아무개 할아버지에게 백신을 접종하했다. 의사 4명, 간호사 13명 등 의료진 18명을 포함해 44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한 의사는 “부작용도 적고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화이자 백신”이라며 딸(61)과 함께 나온 김 할아버지를 안심시켰다.
접종을 맡은 박진아(29) 간호사는 “3차례에 걸쳐 10명분의 화이자 백신 접종 모의훈련을 했는데도 솔직히 약간 떨린다”고도 했다. 김 할아버지는 접종확인서를 발급받은 뒤 15분 동안 모니터링에서 별다른 이상 반응이 없자 오전 9시5분께 센터를 떠났다.
김 할아버지의 딸은 “연세가 많아 걱정됐지만, 그래도 백신을 맞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예방접종센터는 이날 오후 4시까지 1시간에 72명씩 모두 432명을 접종을 목표로 했다. 성남시는 이날부터 관내 75살 이상 어르신 5만3789명 중 접종에 동의한 3만,371명(73.2%)을 대상으로 백신을 접종한다.
인천에서도 서구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만 75살 이상(1946년 12월31일 이전 출생자) 중 사전 동의자를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했다. 방문한 어르신들은 간단한 발열 체크와 본인 확인 절차, 의사의 예진 등을 거쳐 접종실로 들어갔다.
거동이 불편한 이들이 많아 상당수가 휠체어를 타고 보호자와 함께 센터를 방문했다. 서구보건소는 전기차 6대를 동원해 경기장 입구에서부터 접종센터까지 어르신들의 이동을 도왔다. 이날 예약자는 600여명이다. 오전에만 300명이 다녀갔다.
이날 예약된 접종 대상자가 아닌 어르신도 접종센터를 찾았다가 헛걸음하고 돌아가는 상황도 종종 펼쳐졌다. 서구는 이날부터 12일까지 1차분 4600여명을 접종할 예정인데, 예약된 날짜에 방문해야만 접종받을 수 있다. 여러 차례 사전 안내에도 방문한 이들이 많아, 보건소 관계자들이 재차 예약 날짜를 알려주고 돌려보내길 반복했다. 서구보건소 관계자는 “75살 이상 가운데서도 고령자를 최우선으로 접종하고 있다”면서 “어르신들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차질없이 접종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지역에선 이날 서구와 연수구를 시작으로 10개 군·구별로 4~5월 중 단계적으로 접종에 들어간다. 75살 이상 어르신 16만2000여명 가운데 76.6%가 접종에 동의했다. 이번 접종은 접종에 동의한 이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한편, 제주에서는 70대 할머니가 한때 이상 증상을 보였다. 이날 1일 오전 11시20분께 제주시 제주종합경기장 한라체육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은 김아무개(77·제주시)씨가 화이자 백신 접종을 받은 뒤 이상 반응을 관찰하던 중 접종부위의 감각과 의식 저하 증상이 발생했다. 이에 접종센터 쪽은 이날 오전 11시25분께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미리 마련된 구급차로 제주대병원으로 옮겼다. 병원으로 옮겨진 김씨는 언어 지시에 반응하는 의식상태로 활력 징후가 양호한 상태이다. 김씨는 2년 전 조영제 알레르기 반응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도 아스트로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9시 경북 안동시 보건소에서 아스트로제네카 백신을 접종했다. 이 지사는 백신을 맞은 뒤 페이스북 페이지에 “백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많지만 백신을 맞아야 집단면역이 코로나19 사태를 종식할 수 있다. 어렵더라도 오늘부터 대상자들은 차분히 백신을 맞아주시기 바란다”라는 글을 올렸다.
권 시장도 이날 오전 9시30분 대구 중구 보건소에서 아스트로제네카 백신을 접종했다. 권 시장은 애초 지난 3월8일 오전 11시 아스트로제네카 백신을 맞으려고 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이 전날 저녁 “지방자치단체장은 백신 1차 접종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공문을 보내 권 시장은 접종을 연기했다.
글·사진 김영동, 김용희, 김일우,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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