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에 들어설 ‘국가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이하 데이터센터)의 슈퍼컴퓨터 실제 처리 능력이 전문가 예측보다 더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계 과정에서 도입하려고 검토했던 고성능 컴퓨팅 기반(HPC) 방식 대신 표준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19일 광주시의 설명을 종합하면, 시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은 광주에 ‘국가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모두 6216억원이 투입되는 인공지능융복합단지 조성의 첫걸음은 데이터센터 구축이다. 북구 첨단3지구 ‘인공지능 융복합단지’(4만6200㎡)엔 2023년까지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 데이터센터에 국비와 시비 900억원 외에 데이터센터 위탁기관인 엔에이치엔(NHN)㈜이 현물 등으로 2100억원을 투자한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지난 2월4일 오전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국가인공지능데이터센터 투자협약과 착수식에 참석해 광주광역시-엔에이치엔-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 간 투자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정우진 엔에이치엔 대표, 이용섭 광주시장,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임차식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장. 광주시 제공
문제는 국가인공지능데이터센터의 슈퍼컴퓨터 실측 성능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점이다. 인공지능 데이터 업계에선 슈퍼컴퓨터의 구축 용량과 함께 실측 성능을 중시한다.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 사이트인 ‘TOP500 Supercomputer’에서 2019년 1위를 차지한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의 슈퍼컴퓨터 서밋은 이론적 최고 성능 187.66페타플롭스(PF)와 실측 성능 148페타플롭스(1초에 148×1000조번 연산 가능)을 분리해 발표했다.
광주에 들어설 국가 데이터센터는 컴퓨팅 파워 88.5페타플롭스, 저장용량 107페타바이트다. 광주시는 “현재 수준 국내 최대 규모이며 세계에서도 10위권 이내에 속한다”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광주 데이터센터의 연산 처리능력을 실측할 경우 88.5페타플롭스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과학기술원이 지난해 9월 낸 ‘인공지능산업 일류도시의 꿈’이라는 자료엔 “(국가데이터센터에 들어설 슈퍼컴퓨터가) 대규모 연산을 하려면 분할된 지피유(GPU)들을 병렬 연결해 사용하기 때문에 병목 현상으로 성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적혀 있다. 전문가들은 2024년 문을 여는 국가데이터센터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세계 10위권 슈퍼컴퓨터의 꿈이 “불가능한 목표”라고 지적한다.
인공지능 중심 국내 유일 국가인공지능융복합단지 조감도. 광주시 제공
원인은 데이터센터 안 슈퍼컴퓨터 구축·설계방식을 바꿨기 때문이다. 애초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하나의 컴퓨터처럼 사용하는 고성능 컴퓨팅 기반(HPC)의 슈퍼컴퓨터 설계방식을 제안했다. 그런데 설계방식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사용자에게 소량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연산처리 공간을 쪼개 나눠주는 표준설계 방식을 채택했다. 시와 인공지능융합사업단은 100여 개 기업을 선정해 일부 저장공간을 제공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정도연 시 인공지능데이터 팀장은 “국가데이터센터의 각종 빅데이터를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광주와 협약을 맺을 100여 곳의 업체 등이 이용하기엔 표준설계방식이 더 낫다”며 “‘세계 10위권 이내 슈퍼컴퓨터’라는 표현은 구축규모로 국내 최대이며 세계에서도 10위 이내 규모”라고 반박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