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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매연 신음하는 지리산…“오대산 선재길처럼”

등록 2021-04-30 05:00수정 2021-04-30 07:35

시민단체·불교계 ‘성삼재·정령치 도로 전환연대’ 발족
“연 45만대 통행…걷는길 어렵다면 셔틀버스만 운행을”
해마다 100만명이 찾는 지리산 성삼재 도로의 비좁고 굴곡진 산악 구간. 김인호 시인 제공
해마다 100만명이 찾는 지리산 성삼재 도로의 비좁고 굴곡진 산악 구간. 김인호 시인 제공

지리산 관통도로도 오대산 선재길이나 설악산 백담사길처럼 차량 통행을 통제하고 셔틀버스만 다니게 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남 구례, 전북 남원의 시민단체와 불교계 등 16곳은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산림비전센터에서 ‘성삼재·정령치도로 전환연대’를 발족했다. 전환연대에는 지리산생명연대, 지리산종교연대, 구례군농민회, 전북녹색연합, 기후위기남원시민모임, 진주환경운동연합, 실상사, 화엄사 등 단체와 사찰 16곳이 참여했다.

이들은 출범선언문을 통해 “1988년 구례 성삼재와 남원 정령치를 거치는 길이 37㎞의 산악도로가 생기면서 지리산 탐방객이 2배로 늘고 생태계는 491개로 조각났다”며 “연간 차량 45만대가 통과하면서 로드킬이 속출하고 매연·소음·냄새가 만연해 생태계가 몸살을 앓아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기후위기가 닥치면서 ‘미래세대도 국립공원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절박함으로 이들 도로의 대안을 찾아 실행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몰려든 차들이 주차장을 이룬 지리산 성삼재 도로. 지리산사람들 제공
몰려든 차들이 주차장을 이룬 지리산 성삼재 도로. 지리산사람들 제공

출범식 뒤 이들은 성삼재·정령치 도로의 녹색전환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회에서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은 “지금 같은 생활방식으로는 ‘22세기는 없다’고 하는 미래세대의 외침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참석자 일부는 “국립공원 취지와 생태환경 보존을 고려하면 당장에라도 포장을 뜯어내고 원형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는 “탐방 관행이나 주민 의견 때문에 당장 폐지할 수 없다면 탈탄소시대에 걸맞게 이용 방식이라도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이용 규모·시간·속도 제한 △국립공원 도로화 △일반차량 출입 통제 △전기버스 운행 등을 제시했다.

차량 통행을 최소화해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을 줄인 오대산 선재길이나 설악산 백담사길도 대안 사례로 검토했다.

오대산 국립공원에서는 지난 2002년 월정사~상원사 구간을 포장하려는 사업계획이 세워졌는데 불교계와 지역민이 가로막아 사업은 무산됐다. 대신 2013년 1400년 전 숲길을 복원한 선재길이 열려 명품 숲길이 됐다.

지리산 성삼재 관통도로에 빼곡하게 주차된 차들. 지리산사람들 제공
지리산 성삼재 관통도로에 빼곡하게 주차된 차들. 지리산사람들 제공

설악산 국립공원에서는 인제군 북면 용대리~백담사 6.5㎞ 구간의 일반차량을 통제한다. 대신 1996년부터 마을버스 10대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편도 2500원을 받고 탐방객을 나른다. 향토기업 마을버스는 16명의 일자리를 만들었고, 해마다 33만3000명을 운송하며 흑자를 내고 있다. 주유와 출력 등을 고려해 아직 경유버스를 사용 중이나 친환경버스로 전환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대표는 “성삼재와 정령치는 백두대간 마루금의 연장선에 있다. 한반도 생태축의 핵심 공간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뜻이 아무리 좋아도 지역민, 지자체 등이 외면하면 실행하기 어려운 만큼 공감을 얻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지리산의 관문인 성삼재·정령치 도로는 애초 일제강점기에는 목재 수탈, 한국전쟁 전후에는 빨치산 토벌에 쓰인 좁은 산길이었다. 정부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방문한 외국인을 위해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차관 등 68억원을 들여 너비 8m 규모로 포장도로를 건설했다. 이후 주차장을 1991년 성삼재(262대)와 1993년 정령치(67대)에 설치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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