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양기진씨가 지난 7일 전북 군산시 서수면 금암리 자신의 비닐하우스에서 천적을 활용해 재배하는 오이를 살피고 있다. 박임근 기자
“농약 중독으로 고생하는 바람에 천적에 관심을 가졌어요. 같은 농약 중독 경험이 있는 아내도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회원이 되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지난 7일 오전 전북 군산시 성산면 먹거리통합지원센터 2층 회의실. 전북천적농업연구회 간담회에서 20년 넘게 천적 활용 농법을 연구해 온 송점식(64·익산) 전북천적농업연구회장이 힘주어 말했다.
한 농민이 ‘천적을 이용한 친환경 감자’ 스티커를 붙여 공급하고 있다. 전북천적농업연구회 제공
송 회장이 이끄는 전북천적농업연구회는 해충이 생길 무렵 천적을 넣어 미리 퇴치하는 방식으로 생산한 농산물을 학교급식 재료로 공급해 소득을 올린다. 지난해 1월 회원 45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77명으로 늘었다. 회원들은 농약을 쓰지 않고, 비용과 시간도 절약할 수 있는 이 농법으로 연간 고추 4t, 오이와 애호박 각 20t, 상추 등 엽채류 6t을 계약재배해 군산·전주·서울 은평구 학교에 납품한다.
이달에 오이 1.5t을 계약재배한다는 옥경남(56·군산)씨는 “채소를 재배할 때 진딧물이 잎에 붙어 힘들었다. 그런데 올해는 천적을 미리 가져다 방사했더니 지금은 진딧물이 아예 없어서 편하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전북 군산시 나포면 부곡리 비닐하우스에서 유시호(왼쪽)·최현주씨가 천적을 고추에 뿌리고 있다. 박임근 기자
이 단체 총무 유시호(53·군산)씨는 “해충이 나올 때 미리 천적을 공급해 넣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해충을 발견한 뒤 천적을 가져오려면 2~3일이 걸려 효과가 떨어진다. (천적을) 제때 보급하는 제도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천적활용 농법은 아직 초기단계다. 친환경자재와 병행해 활용하고, 천적 사용량의 80% 이상은 수입에 의존한다. 최선우 전북농업기술원 연구사는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등에서 천적을 수입하는 과정이 일주일 정도 걸리다 보니 천적의 활력(활동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 (생산) 거점공간이 확보되면 농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권 전북농업기술원 농업환경과장은 “농업인들이 자발적으로 천적 농법을 도입하려고 해 발전가능성이 높은 데다, 학교급식 등으로 이어지니까 시너지(덧셈) 효과도 있다. 올해부터는 고추·수박·멜론 등에서 현장 시범사업을 펴고 있다. 성공하면 도차원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천적 농법 도입 초기인 1998년 이 농법을 활용한 면적이 3㏊였는데 2010년 2500㏊로 증가했고 시장규모도 약 180억원으로 커졌다. 하지만 이후 관련 업체 도산 등으로 면적과 시장규모가 급격히 준 상태다. 농촌진흥청은 2017년까지 우리나라에서 연구한 천적이 콜레마니진딧벌, 미끌애꽃노린재 등 모두 37종(국내 토착 24종, 도입 13종)이라고 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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