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학교 졸업생 어르신들(오른쪽)이 2일 교장인 박성일(왼쪽) 완주군수로부터 졸업장을 받고 있다. 완주군 제공
“돌아서면 까먹고, 돌아서면 까먹어서/ 이 나이에 공부하는 거, 진짜 힘들거든요/ 내 이름 새긴 졸업장은 태어나서 처음이에요/ 우리 축하받을 만 허죠?”
지난 2일 오후 전북 완주군청 가족문화교육원에서 열린 ‘초등학력인정 진달래학교 졸업식’에서 김순례(75) 할머니는 졸업생 23명을 대표해 소감문을 떨리는 음성으로 낭독했다. 소감문을 읽는 10분 동안 웃음과 눈물, 박수와 감동이 넘쳐났다.
검정 학위복장에 학사모를 쓴 그는 “코로나 때메(때문에) 졸업도 못허는 줄 알았는디, 그래도 졸업식을 한다고 헌게 기분은 진짜 좋네요”라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또 “나는 선생님 보고 공부하러 다녔는데, 선생님도 고맙고 함께 공부한 친구들고 고맙네요. 우리 사는 날까지 건강하게 삽시다”라며 소감문을 끝맺었다.
지난 2일 전북 완주군청 가족문화교육원에서 제4회 진달래학교 졸업식이 열렸다. 완주군 제공
완주군 삼례읍의 한 할머니는 “옛날에는 한글을 몰라 버스를 탈 때 앞사람 따라서 탔는데, 이제는 골라서 타게 됐다. 한글을 알게 되니 이제 은행도 갈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졸업식에 참석한 한 가족은 “‘우리 축하받을 만 허죠?’라고 묻는 대목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돋보기를 쓰시며 밤늦도록 한글을 공부한 어머니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이날 졸업생은 최고령 86살에서 최연소 67살까지 평균 나이만 76.7살이다. 이날 졸업식에서는 전원이 으뜸상과 성실상, 우정상, 예쁜미소상 등의 상장을 받으며 3년간 힘들었던 학창시절을 추억했다.
졸업생 대표로 소감문을 읽은 김순례 할머니. 완주군 제공
축하 꽃다발을 한아름 안은 채 가족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졸업생 대표 김순례 할머니. 완주군 제공
진달래학교는 배움의 기회를 놓친 만학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초등학력 인정의 꿈을 이을 수 있도록 완주군이 2015년부터 운영하는 무료 교육사업이다. 올해가 졸업 4번째로 1~3회 동안 67명이 초등학력을 인정받았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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