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아무개씨가 지난 7일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 남편 살해사건 수사 중인 경찰이 제주에서 살해당한 피해자로 추정되는 유해 일부를 인천에서 발견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 5일 인천시 서구의 재활용품업체에서 살인 혐의 피의자 고아무개(36·구속)씨의 전 남편 강아무개(36)씨의 유해로 추정되는 뼈 일부를 발견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은 김포시 소각장에서 태워진 뒤 인천 재활용품업체로 옮겨져 발견된 3㎝ 이하의 조각들을 수습해 유전자검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고씨가 경기 김포시 아버지의 아파트 쓰레기통에 하얀색 종량제봉투를 버리는 장면을 확인하고 이동경로를 추적했다. 경찰은 봉투에 담긴 물체가 김포시 소각장에서 500∼600도로 고열 처리된 뒤 인천 재활용업체로 유입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곳에서 강씨의 유해로 추정되는 물체를 수습했다. 경찰 쪽은 “고열 때문에 골수가 사라졌을 가능성이 커 신원을 밝히기 위한 유전자검사가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또 살해 장소인 제주의 펜션에서 강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머리카락 58개를 찾아 검사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의 고씨 집 부근에선 범행에 쓰인 흉기 등을 발견했다. 경찰은 피해자의 유해를 추가로 수습하고, 고씨의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경찰은 전 남편 강씨를 살해하고 주검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씨의 지난달 18~31일 행적을 추적해왔다. 고씨는 지난달 18일 배편으로 본인의 차를 갖고 제주에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를 보면, 고씨는 지난달 25일 전 남편 강씨를 만나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 들어간 뒤 범행을 저질렀다. 다음날엔 주검을 훼손하고 하루 지나 분리한 주검을 상자 등에 담아 펜션에서 나왔다. 지난달 28일엔 제주시 한 마트에서 종량제봉투 30장, 여행용 가방 등을 구입해 주검 일부를 종량제봉투에 넣었다. 제주를 벗어나기 위해 고씨는 같은 날 오후 8시30분 제주발 완도행 여객선에 올랐고, 항해 도중 7분 동안 봉투들을 바다에 버리는 모습이 폐회로텔레비전에 포착됐다. 완도항에 내린 고씨는 이후 경기 김포시 아버지의 아파트와 충북 청주시 자신의 집을 오간 것으로 조사됐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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