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일어난 ‘전 남편 살해사건’ 피해자의 혈흔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피의자 고아무개(36)씨가 피해자에게 약물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제주동부경찰서는 피의자 고씨의 차량에서 압수한 이불에 묻어있던 피해자의 혈액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정을 요청한 결과, 수면제 ‘졸피뎀’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애초 국과수 쪽이 혈액이 미량이라 약독물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의견이었으나 정밀 재감정을 통해 수면제 성분이 들어있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결과, 고씨는 지난달 17일 충북 청주시의 한 병원에서 처방받아 졸피뎀 성분이 있는 수면제를 약국에서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고씨를 상대로 졸피뎀 구입 경로와 범행 시 사용 여부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고씨는 감기 등 증세로 약을 처방받은 사실은 있지만, 약 사용처나 잃어버린 경위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고씨가 수면제 처방을 받은 근거를 밝히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졸피뎀을 처방한 병원과 약국을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키 160㎝, 몸무게 50㎏가량인 고씨가 체력과 체격에서 차이가 나는 키 180㎝, 몸무게 80㎏인 전 남편을 어떻게 혼자서 제압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왔다.
충북 청주시에 사는 고씨는 지난달 18일 제주에 들어온 뒤 지난달 25일 제주시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36)을 숨지게 하고 주검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고씨의 계획 범죄로 보고 있다.
앞서 9일에는 전 남편의 유해로 추정되는 뼈 일부가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은 김포시 소각장에서 태워진 뒤 인천 재활용품업체로 옮겨져 발견된 3㎝ 이하의 조각들을 수습해 유전자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 쪽은 “고열 때문에 골수가 사라졌을 가능성이 커 신원을 밝히기 위한 유전자검사가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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