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한 관광객이 제주 관음사 경내에 있는 4·3 유적지 앞에서 설명문을 읽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제주지역 불교계가 4·3희생자 추모사업에 나선다. 대한불교 조계종 23교구 본사 제주 관음사는 오는 19일 오후 3시 관음사에서 ‘제주 불교 4·3희생자 추모사업회’ 창립총회 및 법회를 연다고 16일 밝혔다. 이날 창립회에서는 정관 제정과 임원 구성, 사업계획을 확정한다.
제주4·3 당시 대부분 중산간 지역에 있던 제주지역 사찰들도 마을이 불에 타면서 사라졌다. 불교계에서는 스님 16명이 숨지고, 사찰 36곳이 전소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피해실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추모사업회는 4·3 당시 무장대와 진압군이 전투를 벌였던 관음사를 중심으로 각 종단과 사찰, 제주도민 등이 참여하게 된다. 추모사업회는 또 당시 사찰 피해와 희생자, 유족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기초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현장 조사와 증언을 채록할 예정이다. 또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신고등록 여부를 확인하고, 신고하지 않은 희생자 및 유족에게는 추가 신고를 권유하기로 했다.
희생자 위령을 위한 추모사업도 진행된다. 사업회는 해마다 합동위령제와 순교 스님 위령제를 열고, 위패를 접수해 봉안하며, 유적지 위령비 건립 사업 등을 추진한다. 이밖에 4·3 유적지의 역사적 가치 보존 및 역사교실 운영, 순례길 조성 및 전문해설사 배치 등 4·3 알라기에 나설 계획이다. 4·3 당시 중산간 지역으로 불에 탔던 관음사와 주변 지역은 무장대와 진압군 간의 교전이 있었던 지역이며, 관음사 경내에는 4·3 유적지 등이 여러 곳 남아 있다.
강학진 창립준비위원장은 “아픔을 딛고 희생된 스님들과 신자들의 넋을 기리고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은 물론 시련과 고통을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승화시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추모사업회를 발족하게 됐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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