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가 지난 18일 제주도의회 ‘도민 공론화’를 요구하는 1만인 청원서를 냈다.
오는 10월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를 앞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당 소속 제주도의원들이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도민 공론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제주도는 공론조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국토부는 10월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을 고시한 뒤 기본 설계 및 실시계획 고시, 토지보상, 착공 등을 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시민사회단체의 ‘도민 공론화’에 대한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제주지역 100여개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한 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는 제주도의회 임시회 본회의가 열린 지난 18일 도의회를 찾아 1만인 청원서를 냈다. 청원에는 거리캠페인과 온라인 등을 통해 모두 1만290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청원문을 통해 “원희룡 지사는 지난 2016년 공표한 ’제주미래비전’에서 공항을 포함해 주요 국책사업이나 도정사업을 결정할 때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 과정을 의무화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도민의 압도적인 요구, 도의회의 노력에도 국토부와 원희룡 도정은 지금까지 2공항 관련 정책 결정 과정에 도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공론화 과정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본계획이 고시되면 현재까지 검토단계에 있는 제2공항 건설계획은 법적인 효력을 갖게 된다. 도의회 차원의 특단의 결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정민구·송창권·이상봉 의원 등 청원 소개 의원들도 “지금처럼 국토부와 원희룡 도정이 2공항에 대한 도민적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공항 건설을 강행한다면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태석 도의장은 청원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제2공항이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공론화가 필요하다. 의원들의 의견이 수렴되면 역할을 마다치 않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은 이날 도의회 임시회 본회의가 끝난 뒤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도민 공론화 추진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결의해 주목된다.
그러나 이날 원 지사는 ‘공론화 불가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원 지사는 홍명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청원서를 검토해 집행부로 넘기면 공론조사를 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토론회와 설명회, 공청회가 반복됐고, 지금은 제주도의 의견을 국토부에 제출하고 기본계획을 고시하는 단계다. 그동안 도민 여론 수렴, 찬반 토론을 무시하고 공론조사로 최종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의회가 민주당 의원들의 의견에 따라 특위를 구성해 공론조사를 제주도에 요구하고, 제주도가 이를 거부할 경우 의회와 제주도의 갈등이 커질 전망이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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