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가 국회에서 2년 넘게 표류하는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국회는 움직임이 없다.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위원장 정민구)는 16일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4·3특별법)의 국회 통과 20년을 맞아 특별성명을 내고, 정부와 여·야당 등 정치권에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국회는 지난 99년 12월16일 여야 국회의원 만장일치로 제주4·3특별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특위는 성명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유족신고 상설화, 배·보상 특별법 제정, 4·3 수형인 명예회복 및 수형인 명부삭제 등을 공약하고, 지난해 4·3 70주년 추념사에서 약속했다. 이제 정치권이 약속을 지킬 차례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여·야당 원내대표가 4·3특별법 개정을 약속했지만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위는 이어 정부와 여·야당에 “4·3특별법 개정에 동참해 유족들의 한을 풀어줄 것”을 촉구했다.
현재 국회에는 5개의 4·3특별법 관련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희생자 및 유족에게 의료급여 수급권자 특례부여 등을 담은 강창일 의원안(2016.8.17) △희생자 배·보상, 군사재판 무효화, 트라우마 치유센터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오영훈 의원안(2017.12.19) △추가 진상조사 등 독립위원회 설치 등을 담은 권은희 의원안(2018.3.20) △제주4·3 비방·왜곡·날조, 허위사실 유포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박광온 의원안(2018.8.21) △제주4·3사건 부인 등 금지를 담은 위성곤 의원안(2019.3.21) 등이다.
그러나 4·3특별법 개정안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한 상태이다. 20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29일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자동폐기된다. 유족과 4·3 단체들은 올해 들어 여러 차례 국회 상경투쟁과 대규모 결의대회를 여는 등 4·3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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