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삼다수를 생산하는 지방공기업인 제주도개발공사의 노동조합이 지난 27일 파업에 들어갔다.
‘제주 삼다수’를 생산하는 지방공기업인 제주도개발공사의 노동조합이 29일로 사흘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도개발공사 노동조합(위원장 허준석)은 지난 24일 제주도지방노동위원회 조정이 이뤄지지 못하자 26일부터 27일 새벽까지 회사 쪽과 최종 교섭을 벌였다. 하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협상이 깨지자 27일 오전 9시 파업에 들어갔다. 이번 파업은 회사 쪽이 행정안전부의 지방공기업 예산지침을 이유로 합의 내용을 번복하면서 단행됐다.
노조의 말을 들어보면, 회사는 최종 협상 과정에서 이미 합의한 사항 가운데 설·추석 상여금 120%와 성과장려금 180% 지급 부분을 삭제하는 대신 복리후생비 5.7% 지급을 제시했고, 노조는 이를 받아들여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회사 쪽이 27일 새벽 갑자기 복리후생비 지급 제시를 철회하겠다고 밝히면서, 합의가 결렬됐다.
노조는 애초 지난 7월부터 모두 19차례에 걸쳐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진행해, 지난 9월 근로조건 개선 등 166개 조항에 대해 실무교섭 서면 합의를 했다. 그러나 회사 쪽이 이를 뒤집으면서 체결에 어려움이 예상됐다.
회사 쪽은 행정안전부가 마련한 내년도 지방출자·출연기관 예산 편성지침에서 제시한 인상률 4.2%를 넘을 수 없다는 태도이다. 허 위원장은 “행안부의 예산지침 입장을 고수하는 회사 쪽이 그동안 협상을 진행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오경수 개발공사 사장은 곧바로 원희룡 제주지사에게 사직서를 냈고, 원 지사는 다음날 이를 수리했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제주 삼다수만이 아니라, 농가로부터 가공용 감귤을 수매해 감귤 농축액을 만드는 감귤가공공장도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파업으로 도내 전체 처리물량인 하루 1500t 가운데 700여t을 처리하는 감귤가공공장이 멈춰 처리난이 우려된다. 그러나 제주 삼다수는 현재 11만2천여t을 비축한 상태여서, 당분간 공급은 차질을 빚지는 않을 전망이다.
노조는 30일 오전 9시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삼다수 공장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갖고, 다음달 2일부터 제주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1995년 설립한 제주도개발공사는 그동안 무노조 경영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10월 발생한 삼다수 공장 노동자 사망 사고를 계기로 지난 2월 노조가 설립됐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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