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끄는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해안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산하다.
“2천실 이상의 객실 가운데 하루 평균 투숙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투숙객이 있는 객실이 2실뿐인 때도 있어요. 신규 고객 유치와 객실 예약이 없는 상태에서 운영비 지출만 늘어나고 있어 올해는 그동안 수백억원을 낸 관광진흥기금 납부도 어려운 형편입니다.”
2조원 이상 투자해 건설한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및 복합리조트업체인 제주신화월드 관계자는 22일 최근의 운영 상황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이 업체는 2018년과 지난해 제주도 관광진흥기금으로 430억원을 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는 엄두도 못 낸다.
제주도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이 지난해에 견줘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제주공항이 한산하다.
한국의 대표적 관광지인 제주도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관광·숙박·음식점을 중심으로 휴업이 속출하고, 노동자의 휴직과 실직 사태도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최악의 경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실제로 제주시 한림읍의 한 관광농원은 지난달 말 폐업했다. 28년 동안 관광농원을 운영한 ㄱ(57)씨는 “그동안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버텨왔는데 이번은 다르다. 한 달에 3천만원씩 들어가는 직원 10명 인건비를 어떻게 감당하나. 관광객을 태운 전세버스가 아예 보이지 않으니 손쓸 수가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사업을 재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말을 앞둔 지난 20일 저녁 8시 제주시 신제주의 면세점 주변 호텔들도 대부분 불이 꺼져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을 주로 받는 호텔은 15층짜리 건물의 1곳에만 불이 커져 있었다. 주변 기념품점과 가게들도 문을 닫은 곳이 보였다. 일부 불이 켜진 가게에는 종업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심각한 상황은 수치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제주도는 22일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심각’ 단계로 격상된 지난달 23일 이후 누적 관광객은 44만532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8만6895명에 견줘 49.8% 줄었다”고 밝혔다. 내국인 관광객은 반 토막 났고, 외국인 관광객은 국제 항공노선이 끊기면서 이 기간 지난해에 견줘 94.4%가 줄어 ‘전멸’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18일 기준 제주도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업체는 모두 412곳(4778명)이다. 여행업 101곳(380명), 호텔업 38곳(380명), 전세버스 12곳(130명), 기타 업종 245곳(3800명) 등이다. 지난 1월21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전에는 4건에 불과했지만, 지난달엔 170건, 이달 들어선 22일까지 200건 이상 신청했다. 이들 가운데 34곳(490명)은 유급 휴업을, 378곳(4228명)은 유급 휴직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도가 지난달 20일부터 한 달 동안 제주관광진흥기금 특별융자 신청을 받은 결과, 여행업 292곳(200억원), 관광숙박업 127곳(362억원), 렌터카 77곳(145억원) 등 모두 969곳이 1257억원을 신청했다.
제주 지역 업계 관계자는 “카지노 및 복합리조트에 종사하는 제주도민 수천명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관광진흥기금 납부 유예나 감면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