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가 단단히 화났다. 원 지사는 26일 오전 열린 코로나19 합동브리핑 자리에서 최근 미국에서 입국한 뒤 제주여행에 나섰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를 언급하며 목소리를 한껏 높여 “방역지침을 어긴 입도객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한 뒤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 묻겠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제주도는 피난처가 아니다. 해외여행 이력이 있고, 유사증상까지 있는데도 굳이 제주도로 여행 와서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런 이기적인 관광객은 필요없다”라고도 했다.
원 지사는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제주여행을 한 뒤 25일 서울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미국 유학생 ㄱ(19)씨를 언급하며 “지난 15일 미국에서 입국한 뒤 14일 동안 자가격리하라는 정부의 방역지침을 어긴 채 제주로 여행 온 것은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사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원 지사는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 견줘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청정지역이기는 하지만 제주에 여행 오는 관광객이라면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해외여행 이력이 있는 사람은 잠복 기간 제주 방문을 자제하고 입도한 경우 즉각 검사를 받을 것”을 당부했다.
원 지사는 “해외여행 이력을 숨기고 입도한 여행객에 대해서는 시설 자가명령을 내리는 등 강력한 제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학생 ㄱ씨는 지난 15일 입국한 뒤 어머니 등 지인 3명과 함께 20일 오전 이스타항공편으로 제주에 들어와 한화리조트와 해비치호텔에서 2박씩 머물렀으며 마트와 편의점, 카페, 우도 등 곳곳을 방문했다. ㄱ씨는 제주도에 도착한 지난 20일부터 오한과 근육통, 인후통 등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났으며, 현재 기침과 가래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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