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가 음주운전 이력자를 행정시장에 내정하면서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행정시장 임명제에 대한 제도 개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원 지사는 지난 5일 민선 7기 후반기 제주시장에 안동우(59) 전 제주도 정무부지사, 서귀포시장에 김태엽(61) 전 서귀포시 부시장을 내정했다.
문제는 이들이 음주운전 전력에도 제주도의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행정시장에 내정했다는 데 있다. 김 내정자는 지난 3월 제주시 노형동에서 보도블록을 들이받는 음주운전 사고를 냈다가 택시 기사의 신고로 적발돼 지난 4월17일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안 내정자는 98년 음주운전 등으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지만, 2017년 6월 도의회 정무부지사 인사청문회에서 사과하고 ‘인사 적격’을 받은 바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는 9일 “(이번 인사 내정은) 청렴 공직사회 건설을 위해 노력해 온 공직자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오만의 극치이자 도민 정서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원 지사를 비판했다. 제주주민차지연대도 “음주운전 처벌을 받은 인사를 내정한 것은 도지사의 인사권 남용이자 인사참사”라며 지명철회를 요구했다.
일부 도의원들은 인사청문회 무용론까지 제기했다. 한 의원은 “인사청문회에서 부결될게 뻔한데도 내정한 것은 도의회 청문회를 들러리로 인식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내정자들은 사전 내정설이 나돌았던 이들로, 안 내정자는 직전 정무부지사였고, 김 내정자는 원 지사 비서실장과 직전 부시장을 지냈다.
제주도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로 바뀌면서 제주특별법에 따라 전국에서 유일하게 행정시장 임명제도를 만들었다. 인구 50만명이 넘는 제주시와 20만명에 가까운 서귀포시의 시장을 도지사가 임명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 내정을 계기로 14년째 논란이 이어지는 행정시장 임명제를 직선제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도지사의 권한 비대와 풀뿌리 민주주의 훼손 등의 비판을 받아온 이 제도의 개편 필요성을 원 지사가 역설적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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