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수형생존자들과 유족들이 29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첫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제주4·3 수형생존자들과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첫 재판이 29일 열렸다.
제주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이규훈)는 이날 오전 301호 법정에서 4·3 수형생존자와 유족 등 39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첫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원에는 수형생존자인 양근방씨와 부원휴, 박동수씨가 직접 참석했고, 고 정기성씨의 유족 등도 자리했다. 이번 재판에 참여한 수형생존자 18명은 지난해 1월 법원의 군법회의(군사재판) 재심 청구 소송에서 사실상 무죄 취지의 공소 기각 판결을 받아 고문과 불법 구금, 불법 재판과 억울한 수형생활을 인정받았다.
이들은 같은 해 8월 1인당 최소 8천만원에서 최대 14억7천만원씩 모두 53억4천만원의 형사보상 결정을 받았다. 이들은 마지막 절차로 지난해 11월29일 국가를 상대로 1인당 2억원에서 최대 15억원까지 모두 10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수형생활로 피해를 본 수형 생존자와 그 가족들이 원고로 참여했다.
제주4·3 수형생존자와 유족들이 29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첫 재판에 참석했다. 허호준 기자
이날 재판에서 재판부는 “민사소송은 원고별 개별적으로 입증 내용이 있어야 한다. 포괄적 사실 인정이 될지는 의문이다. 입증과 관련해 검토가 있었느냐”며 원고 쪽에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원고 쪽 변호인은 “진술에 근거해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심 진술 이외에 녹취서, 영상, 녹음자료 등이 있다. 이에 근거해서라도 사실 인정을 받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부 쪽은 공소 시효가 소멸됐고, 배상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액수가 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고 쪽 변호를 맡은 임재성 변호사는 “형사재판에서는 수형인들이 피고였지만, 오늘은 대한민국이 피고가 된 역사적인 날이다. 금액을 넘어서 4·3 피해의 국가적 책임을 묻는 소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내년 1월28일 오후 2시10분 열린다.
이번 재판에 참여한 수형생존자들은 4·3 때인 1948년 12월과 1949년 6~7월 군사재판에서 내란죄나 간첩죄 등으로 수형 생활을 한 이들이다. 수형생존자들은 당시 10~20대의 나이에 고문 등을 받거나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수형 생활을 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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