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3일 장애인 코로나19 확진자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질병관리청장 등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 진정을 냈다.
경북 경산시에 사는 이순화(55)씨 가족은 최근 비상이 걸렸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이 평소 다니던 대구 동구 한 주간보호센터에서 확진자와 접촉했다가 8일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보호자가 함께 가서 돌볼 수 있다며 입원을 권유했지만, 이씨는 재택치료를 선택했다 . 아들이 평소 낯선 공간과 사람들 두려워하고 마스크 쓰는 것조차 어려워했기 때문이다 . 결국 이씨는 집에서 아들을 돌보다가 사흘 뒤인 11일 돌파감염됐다.
이튿날 아들은 갑자기 고열 증세를 보여 안동의료원으로 이송됐고, 병실에서 아들을 돌보게 된 이씨는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바뀐 주변환경에 아들이 자해하거나 자신을 공격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씨는 그 부담감에 실신까지 했고, 14일 정신과 전문의가 있는 대구의료원으로 옮겨졌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남편까지 확진되면서 함께 입원해 아들을 돌볼 수 있었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대구장차연)는 23일 “현행 코로나19 대응체계에서 장애인 확진자는 배제돼 있다. 도전적인 행동 등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발달장애인(을 위한) 전담병상과 지원체계는 없다. 장애인이 확진됐을 때 활동지원사를 배치하는 정부지침도 작동하지 않았다”며 질병관리청장 등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에 긴급 진정을 냈다.
이순화씨는 “아이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병원에 장애를 가진 아이를 돌볼 인력이 없어 보호자가 가야 한다고 했다. 양성인 아들을 보살피려고 모든 가족이 양성 판정을 받아야 했다. 이게 제대로 된 치료 과정이냐”고 말했다.
주간보호센터에서 이씨 아들과 함께 확진된 다른 발달장애인 4명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돌봄인력이 없어 비확진자인 보호자와 함께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거나, 이미 확진된 보호자나 교사가 돌봐야 했다.
대구장차연은 “정부는 지난해 12월 장애인전담 병상을 순차적으로 확대하고, 병원 및 생활치료센터 입원 때 활동지원사를 배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활동지원사를 배치하려면 장애인·가족·활동지원사·활동지원기관·병원 5곳의 합의가 필요한데, 현장에서 이 지침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장애인 확진자를 위한 △활동지원인력 배치 지침 작동 대책 △재택치료 지원체계 마련 △발달장애인 전담 병상 구축 등을 요구했다.
글·사진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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