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하는 강도를 경찰이 총을 쏘아서 붙잡았다. 강도는 허벅지 관통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1일 새벽 경남 김해시 진례면의 건축자재 생산업체 2층 사무실에 있던 이 회사 직원 ㄱ(40대)씨는 공장에 침입하려는 강도를 폐회로텔레비전을 통해 발견했다. ㄱ씨는 이날 새벽 4시51분께 112에 전화를 걸어서 “쇠파이프를 든 강도가 공장 문을 따고 들어오려고 한다. 지금은 자기가 타고 온 트럭에 잠시 앉아 있다”고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김해서부경찰서 진례파출소 소속 전아무개(47) 경위와 정아무개(31) 경장 등 경찰관 2명은 즉시 출동해 새벽 4시54분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이 트럭에 앉아 있던 ㄴ(50)씨에게 “차에서 내려라”고 요구하자, ㄴ씨는 갑자기 긴칼을 휘두르며 공장 안으로 뛰어갔다. 당시 ㄴ씨는 길이 70㎝의 칼을 쥐고 있었다. 또 양쪽 팔뚝에 길이 40㎝와 30㎝의 식칼을 테이프로 감아서 붙인 상태였다.
멈추라는 경고를 무시한 채 긴칼을 휘두르며 공장 안 사무실로 달려가는 ㄴ씨에게 전 경위가 테이저건을 발사했다. 테이저건 철심 2개가 ㄴ씨 몸통에 정확히 맞았다. 하지만 두꺼운 겨울 점퍼를 입은 ㄴ씨는 아무런 충격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ㄴ씨는 몸에 붙은 테이저건 철심을 긴칼로 제거한 뒤, 사무실 출입문 유리를 부수는 등 더욱 거세게 저항했다.
경찰이 “멈추지 않으면 총을 쏘겠다”라고 다시 경고하자, ㄴ씨는 경찰에게 달려들며 긴칼을 휘둘렀다. 정 경장은 ㄴ씨에게 권총을 쏘았다. 공포탄 1발과 실탄 3발이 잇따라 발사됐다. 실탄 2발은 ㄴ씨 오른쪽 허벅지를 스쳐 지나갔고, 1발은 허벅지를 관통했다. ㄴ씨는 쓰러진 상태에서도 긴칼을 휘두르며 저항했다. 경찰은 ㄴ씨를 이날 새벽 5시 체포했다. ㄴ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이현순 경남경찰청 강력계장은 “ㄴ씨는 ‘공장 간부에게 돈을 빌려줬으나 돌려받지 못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총을 맞아 수술을 앞두고 있어서, 조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정확한 범행동기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하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입건해서 조사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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