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금오산에서 발견된 반달가슴곰. 구미시 제공
구미 금오산을 찾아온 반달가슴곰(KM-53)을 “김천 수도산으로 돌려보내야할지, 아니면 금오산에서 앞으로 계속 살도록 해야 하는가”를 놓고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구미시는 “금오산을 등산하던 구미시민 박아무개씨가 지난 6일 오전 철탑부근에서 반달가슴곰을 발견했다”고 9일 밝혔다. 반달가슴곰을 관리해온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은 이 곰이 김천 수도산에서 살던 반달가슴곰(KM-53)이며, 지난 5∼6일 새벽 40㎞ 떨어진 구미 금오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종복원기술원관계자는 “KM-53 반달가슴곰이 호기심이 많아 잘 돌아다니는 특성이 있고, 금오산에 곰이 좋아하는 산수유 같은 과일과 꿀이 많아 스스로 찾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사현 종복원기술원 남부복원센터 센터장은 “이 곰을 수도산으로 되돌려보내야 할지, 금오산에서 계속 살도록 해야할지 결정해야 한다. 개인적인 견해는 금오산에 그대로 놔두면 등산객이나 주민들의 안전이 염려된다. 또 곰도 올무와 덫 등에서 위험해질수 있다. 김천 수도산으로 빨리 돌려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맞서 일부 환경단체들은 “곰이 생태계가 살아있는 지역을 자연스럽게 찾아온 것으로 판단된다. 2년전 되돌려보냈더니 지리산에서 수도산으로 계속 찾아오지 않았나. 되돌려보내는 것만 능사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10일 전문가와 환경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금오산을 찾아온 반달가슴곰(KM-53)을 수도산으로 되돌려보낼지 여부를 결정한다.
2018년 8월 지리산에서 90 ㎞떨어진 김천 수도산으로 옮겨온 반달가슴곰. 종복원기술원 제공
금오산을 찾아온 반달가슴곰(KM-53)은 2015년 1월 전남 구례군 종복원기술원에서 태어나 그해 10월 지리산에서 방사됐다. 호기심이 강해 2017년 6월부터 2차례에 걸쳐 지리산에서 90㎞ 떨어진 수도산을 오가기도 했으며, 2018년 5월에는 지리산을 3번째 탈출하려다 고속도로에서 차량에 치여 상처를 입기도 했다. 종복원기술원은 상처를 입은 반달가슴곰의 재활치료가 끝난 뒤 2018년 8월 지리산에서 수도산으로 서식지를 아예 옮겼다.
우리나라에서는 1983년5월, 강원도 설악산에서 밀렵꾼에 의해 반달가슴곰이 멸종됐다. 종복원기술원은 2004년부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펼쳐왔다. 러시아 등지에서 들여온 반달가슴곰 20마리와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새끼 44마리가 지리산 권역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에 수도산에서 금오산으로 이동해온 반달가슴곰은 코리아의 K와 수컷인 M, 생태관리를 위해 붙여놓은 53번째 위치추적기를 뜻하는 번호인 KM-53이라는 번호가 붙어있다. 반달가슴곰은 멸종위기 동물이며, 천연기념물 제 329호로 지정돼 있다.
구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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