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옛말>을 펴낸 ‘울산사투리 연구가’ 조용하씨
”니가 구쿠이까내 내가 그쿠지”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지”의 울산사투리다. 지난 2013년 이 제목으로 울산사투리 모음집을 펴낸 ‘울산사투리 연구가’ 조용하(78)씨가 최근 <울산옛말>이란 제목으로 두 번째 울산사투리 모음집을 펴냈다.
조씨는 11일 “처음 펴낸 책에 7100개의 울산사투리를 담아냈다. 급하게 책을 내다보니 뒤에 빠뜨린 낱말이 많은 것 같아 후회스럽기까지 했다. 이에 놓친 낱말들을 다시 찾아내고 조사해 새로이 책을 냈다”고 배경을 밝혔다. <울산옛말>은 크게 ‘사투리편’ ‘표준어 편’ ‘외국어편’으로 구분해 모두 5만여개의 낱말을 담고 있다. ‘사투리편’은 울산사투리를 표준어로 새기고, ‘표준어편’은 표준어를 울산사투리로 새겨 이용자들이 쉽고 편리하게 울산사투리와 표준어를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외국어편’은 주로 일본에서 들어온 외래어지만 오래 전부터 울산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면서 사실상 사투리처럼 된 낱말 400여개를 담았다.
애초 기술자로서 대기업에 10여년 근무하고 개인 사업도 해온 조씨가 울산사투리에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62년 울산이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이후 대규모 산업시설이 줄지어 들어서고 전국 각지에서 일자리를 찾아 외지인들이 대거 몰려들면서부터다. 조씨는 “울산에 전국 각 지방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각 지방 사투리가 뒤섞여 정겨운 울산 토박이말이 희석되고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며 울산 토박이들이 오래전부터 써온 사투리들을 조사하고 기록해 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울산옛말> 서문에서 “사투리도 지역의 언어로서, 우리 조상의 얼이요, 삶이며, 바로 그 지역의 시대적 언어문화이다. 이러한 언어를 그냥 흘려버리지 말고 기록으로 남겨 지방무형문화재로 소중히 보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훗날 울산사투리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아름다운 ‘울산의 옛말’을 더 찾아 울산지방무형문화재로 올려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양명학 울산대 명예교수는 추천사에서 “신라의 삼국통일 뒤 우리말의 표준어는 경주를 중심으로 울산·양산·밀양·청도·경산·영천·영일(포항) 지역 말이었을 것인데, 경주나 울산의 사투리는 그런 점에서 고대의 우리말 특히 신라 고어와 그 어법을 많이 지니고 있으므로 꼭 보존하고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조씨는 <울산옛말> 400권을 자비를 들여 펴낸 뒤 울산시와 교육청, 문화원, 도서관, 대학 등에 모두 무료로 기증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울산사투리 조사·연구를 계속할 생각이다. 책 발간 이후 새로 찾은 낱말들은 인터넷 카페 ‘하곡마을’에 올려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