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가 경북 최대의 수산물 집산지임을 홍보하기위해 예산 3억원을 들여 설치한 공공조형물 <은빛풍어>를 철거하기로 결정한뒤 예산낭비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포항시 제공
포항시가 3억원을 들인 꽁치꼬리 조형물을 철거하기로 결정하면서 예산낭비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포항시는 최근 ‘포항시 경관위원회’(위원장 최용달)를 열어 동해면 도구리 포항공항 입구 삼거리에 설치돼있는 꽁치꼬리를 형상화한 공공조형물 <은빛풍어>를 철거하기로 결정했다”고 25일 밝혔다. 김종범 포항시 수산진흥과 팀장은 “철거에 필요한 설계를 거쳐 7월말까지 조형물을 뜯어내고 그 자리에 녹지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빛풍어>는 2009년 3월, 사업비 3억원을 들여 스테인레스 재질로 가로 11m, 세로 16m, 높이 10m 크기의 꽁치꼬리를 형상화했다. 포항이 과메기특구이자 경북 최대 수산물 집산지임을 알리기위해 전국 공모와 심의를 거쳐 작품을 선정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꽁치가 바다에서 박차고 올라오는 모습이 아니라 땅에 거꾸로 박히는 모습이다. 비행기가 추락하는 듯한 형상”이라며 철거를 요구해왔다. 포항시관계자는 “조형물을 설치할 때에도 여론수렴을 했지만 갑자기 여론이 부정적으로 변했다. 2년 전부터 이전을 검토해봤지만 옮겨가는 지역의 주민반발이 만만찮고, 이전비용도 적지 않아 포기하고 결국 조형물을 철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지난 21일 열린 심의위원회에서 “공공미술은 지역의 공공성에 기반한 예술작품으로서 지역정서와 맞지 않으면 공공미술로서 자격을 잃는다”거나 “지속적인 철거요구로 막대한 행정력이 낭비되고, 사후관리가 어려워 철거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등의 의견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거장 조작가 리처드 세라의 <기울어진 호>라는 작품이 1981년 미국 뉴욕의 연방 광장에 설치됐지만 보행인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광장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여론으로 8년 만에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예산을 들인 공공조형물이 철거된 사례는 매우 드문 것으로 전해졌다. 정종영 포항시 수산진흥과장은 “시민들의 혈세가 들어간 조형물을 최대한 보존하려고 했지만 부득이 철거할 수밖에 없는 형편에 처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어떤 사업을 하든지 사업 초기부터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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