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부산 북구 구포 개시장에 동물보호단체 회원이 식용 개 판매업소 쇠 우리에 갇혀 있던 개를 구조하고 있다.
1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 있는 ‘구포 개시장’ 거리에는 동물보호단체 회원들과 공무원들 모습만 보였다. 식용 개 판매업소를 찾는 손님은 눈에 띄지 않았다. ㄱ농원 주인 양아무개(65)씨는 “폐업하려고 가게를 정리하고 있다. 40여년 동안 이 장사밖에 하지 않았다. 부산시와 북구청의 지원이 있겠지만, 앞으로 어떻게 생계를 꾸려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앞서 시와 구청은 식용 개 판매업소 상인과 협상을 벌여 1일부터 도축 금지, 11일 전원 폐업하기로 했다.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은 식용 개 판매업소의 쇠 우리에 갇힌 개들을 꺼내 건강상태 등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를 마친 개들은 한 쪽에 마련된 이동식 개 우리로 들어갔다. 한 식용 개 판매업소 상인은 “벌써 (개를) 가져가느냐”며 화를 냈다. 개들은 꼬리를 뒤로 감은 상태에서 끙끙거렸다. 지난달 21일부터 이날까지 동물보호단체에 구조된 개는 모두 86마리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개들은) 경북 경주의 보호소에 이송됐다가 입양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포 개시장은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과 함께 전국 양대 개시장으로 통했다. 모란시장의 경우, 현재 불법 도축시설은 철거됐으나 일부 업소는 개고기를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포시장에 개시장이 만들어진 것은 한국전쟁 직후다. 처음에는 살아있는 개를 사고팔았는데, 언제부턴가 도축한 식용 개가 주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1980년대까지 개고기 가게가 70여곳에 달했는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 개고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면서 쇠락했고, 현재 19곳만 남아 있다.
부산 북구 구포 개시장에 있는 식용 개 판매업소 모습.
그동안 개고기 판매업소 폐쇄를 요구하는 동물보호단체와 생계를 걱정하는 상인들의 갈등과 충돌이 잦았다. 정명희 북구청장은 지난해 8월 상인들과 간담회를 열었고, 이후 지역구 국회의원인 전재수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오거돈 부산시장이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자”고 상인들에게 제안했다. 상인들도 생계 대책 마련을 조건으로 논의에 나섰고, 최근 생계지원금 지급 등 조건으로 폐업에 합의했다. 박용순 구포시장 가축지회장은 “동물보호단체의 주장을 이해하지만, 상인들 생계보다 동물 복지가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 개고기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고 말했다. 이어 “(어쨌든) 폐업에 협의했기 때문에 상인들은 이 불경기 속에 다른 업종을 찾아야 한다는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부산시와 북구청, 상인들은 구포시장 근처 도시농업지원센터에서 구포 개시장 폐업을 위한 협약식을 맺었다. 도축뿐만 아니라 유통·판매도 하지 않는 완전폐업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심인섭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부산을 모범 사례로 삼아 전국 곳곳에서 개시장 폐쇄 활동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시와 북구는 구포 개시장에 2020년까지 199억원을 들여 주차시설과 공원, 휴식공간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북구청은 주민 문화광장, 반려견 놀이터, 반려동물복지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산/글·사진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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