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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자 앉히기’ ’결혼식 허드렛일’ 등…기가 막힌 교장들의 갑질

등록 2019-07-16 17:09수정 2019-07-16 20:28

생각하는 의자에 앉혀 공개 모욕 주기
폭행학생 부모에 합의금 받아오라 종용

사적모임 사용하는 채소 손질 시키기도
설문응답 교사 10명중 4명꼴 갑질 경험
전교조 부산지부가 부산시교육청에서 학교 관리자의 갑질 설문 결과를 발표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전교조 부산지부 제공
전교조 부산지부가 부산시교육청에서 학교 관리자의 갑질 설문 결과를 발표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전교조 부산지부 제공
#1. ㄱ고 교장은 일부 교사들이 못마땅했다. 이에 그는 교무실에 교사들을 불러 작은의자에 앉으라고 했다. 이른바 생각하는 의자다. 생각하는 의자는 일부 초등학교에서 학생이 잘못하면 조용히 앉아서 반성하도록 했던 체벌의 하나다. 교장은 생각하는 의자에 앉은 교사들에게 고성을 지르고 막말을 했다고 한다.

#2. ㄴ초등학교 교장은 한 교사를 불러서 자녀 결혼식 하객을 실어나르는 차량에 넣어줄 몇백장의 간식 봉투를 만들라고 했다. 교사가 말없이 봉투를 만들자 이번에는 청첩장에 주소를 붙이고 발송하라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산지부가 16일 교장·교감 등 학교 관리자의 갑질 근절을 위한 설문을 벌여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은 지난달 26일~지난 15일 부산의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전체 교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전체 교사 2만9000여명 가운데 사립유치원 교사를 뺀 2만6000여명에게 부산시교육청 업무메일 시스템을 이용해 온라인 설문을 보냈는데 1412명(5.4%)이 응답했다. 응답률이 낮은 것은 공식 업무메일 시스템이어서 교사들이 신분 노출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교조 부산지부는 밝혔다.

’관리자의 갑질사례가 있다면 적어달라’는 주관식 설문에 응답자의 41.3%(584명)가 사례를 적었다.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교사 10명 가운데 4명꼴로 관리자로부터 갑질을 당했다고 고백한 것이다. 전교조 부산지부는 신분 노출을 우려해서 응답하지 않았을 교사들을 고려하면 실제 갑질 경험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갑질 유형 가운데 관리자들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 퇴근하는 교사에게 관리자의 옷을 세탁소에 맡겨달라고 하기, 자녀 결혼식에 방과후 오케스트라 강사 축하 연주 강요, 대학 동창회비를 강제로 내게 하고 안 낸 교사들은 따로 교장실에 호출해서 동창회비를 내라고 강요하기, 보조교사에게 방학기간 밥짓기와 사적인 모임에 가져갈 채소 손질하기 시키기, 관리자가 듣고 싶은 연수에 교사를 동행하게 해서 수발들게 하기 등이다.

도를 넘은 상명하복의 일제식 군대문화를 연상시키는 권위적인 사례도 있었다. 교장실에서 나갈 때는 앞을 보고 뒷걸음질을 쳐서 나가라고 하고, 인사하는 것을 못 봤다는 이유로 교무실에서 해당교사에게 소리를 지른 교장이 있었다.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가 있는 사례도 있었다. 한 국공립고 교장은 부장교사에게 명절 때 인사하기를 종용했다. 명절 때 빈손으로 가는 것이 결례로 굳어져 있는 우리문화 현실에서 부장교사는 선물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초등학교 관리자는 방학 때 교사에게 점심을 챙기게 했는데 학교 밖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식사비를 내라는 뜻이라고 전교조 부산지부는 설명했다.

인격 모독에 가까운 사례도 있었다. 한 초등학교 관리자는 학생들의 폭력 사건이 일어나자 교사에게 “가해자 부모에게 가서 합의금을 받아오라”고 했다. 또 다른 교장은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서 교직원들 앞에서 욕을 하며 화를 그대로 표출하거나 특정인을 향해 욕을 하며 화분을 던지기도 했다. 한 공립중학교에선 현장체험학습 기간 비담임 교사들이 학교에 남게 되었는데 교장이 현장학습기간 놀지 말고 전교 학생들의 책걸상 위 낙서를 지우고 책걸상 높낮이를 맞추라는 지시를 했다.

설문 응답자의 24.1%는 반말이나 욕설 등의 언어 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유치원(37.2%), 초등학교(27.1%), 국공립고등학교(25.3%), 국공립중학교(20.8%), 사립고등학교(20.7%), 사립중학교(20%), 특수학교(16.6%) 순이었다.

설문 응답자의 27.8%는 연가·조퇴·외출 등 휴가를 사용하는데 관리자의 지나친 통제와 눈치 때문에 불편하다고 대답했다. 18.%는 인사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대답했다. 여자교사들의 11.8%는 육아시간·모성보호시간·자녀돌봄휴가·출산휴가 등을 사용하는데 불편하다고 대답했다.

전교조 부산지부는 “대다수의 학교 관리자가 갑질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학교 현장에서 관리자의 갑질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학교에서 이런 갑질 행태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당국은 갑질 관리자를 조사해서 인사 조처하고 근본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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