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의 배 안에서 열린 한국인 원폭피해자를 위한 콘서트에서 재일동포 최선애 피아니스트가 한국인 피폭 피해자를 위한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다. 이 콘서트는 일본 평화시민단체 ‘피스 보트’가 마련했다.
10일 오후 5시께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정박한 오션드림호 안 스타라이트 라운지. 일본 평화 운동 시민단체 ‘피스 보트’가 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에 터진 원자폭탄의 한국인 피해자를 위한 피아노 콘서트 ‘히로시마 피폭 피아노, 한국 원폭피해자를 만나다’를 열었다. 피스 보트는 ‘과거의 전쟁에서 배워 미래의 평화를 만든다’는 뜻으로 1983년 꾸려진 일본 시민단체로 배를 타고 전 세계를 돌면서 핵무기의 전면 폐기 등을 요구하고 있다. 1945년 8월 강제노역 등으로 일본에 있다가 원자폭탄 피해를 입은 한국인 피해자를 위해 설립된 경남 합천군 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 성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콘서트가 열리는 라운지 안은 한국인 원폭피해자와 시민 등 110여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규열 한국원폭피해자협회장은 “일본 정부는 한국인 원폭피해자에 대해 사죄는커녕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전쟁범죄 반성이 없다는 것이다. 반성이 있어야 미래 평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그런 뜻에서 과거 상처를 어루만지고, 미래 평화를 생각하는 피스 보트의 활동을 환영한다. 한국 원폭피해자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한정순 전 원폭2세환우회 회장은 “전쟁을 일으킨 일본 정부와 잔인한 무기를 사용한 미국 정부에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피스 보트의 뜻대로 핵무기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일동포 최선애 피아니스트의 피아노 연주로 콘서트가 시작됐다. 최 피아니스트는 이른바 ‘아키코의 피폭 피아노’로 쇼팽의 환상 즉흥곡 등을 연주했다. 이 피아노는 히로시마 원폭으로 19살에 세상을 떠난 가와모토 아키코가 아끼던 피아노다. 원폭이 터질 당시 손상됐던 이 피아노는 2005년 복원돼 평화 교육을 위해 연주되고 있다. 원폭 피해 관련 공연 활동을 적극 펼치고 있는 일본 배우 사이토 토모코와 한국인 원폭피해자를 표현한 소설 <흉터의 꽃>을 지은 김옥숙 작가가 시를 낭송했다.
피스 보트의 공동대표이자 핵무기폐지국제운동 국제운영위원인 가와사키 아키라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원폭피해자에게 작은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핵무기의 비인도적 피해를 생각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한·일 양국의 갈등으로 긴장감이 높아졌다. 이런 때 두 나라 시민단체의 교류와 대화, 상호 이해가 중요하다. 과거사, 피해자에 대한 인권, 인도적 차원에서 민간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면 국가 간 대립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한국인 원폭피해자 실태조사 결과,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터질 당시 한국인 피해자가 7만명이었고, 이 가운데 4만명이 피폭으로 사망했으며 생존자 가운데 2만3000여명이 귀국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글·사진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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