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교육청이 수업 중인 교사를 식당으로 불러 술시중을 들도록 한 영남공고 재단이사장을 해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수업 중인 여성 교사들을 교육청 장학관의 술자리에 불러 접대하도록 한 사립학교 재단이사장이 해임된다.
대구시교육청은 29일 영남공업고등학교 재단비리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학교 재단이사장인 허아무개씨는 교장으로 재직하던 2008년과 2011년 2차례에 걸쳐 방과 후 수업 중이던 여성 교사 3명을 저녁자리에 불러 대구시교육청 장학관 ㄱ씨를 접대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영남공고 교직원들을 향한 허 이사장의 ‘갑질’이 현저한 부당행위이며, 학교 운영에 중대한 차질을 빚었다고 보고, 해임 조처해 재단이사장 승인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여성 교사들에게 술접대를 받은 당시 장학관 ㄱ씨에 대해서는 징계시효가 끝나 엄중 경고 처분하는 것으로 끝냈다고 전했다. ㄱ씨는 현재 ㄱ고등학교 교장이며, 이달말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다.
이밖에도 허 이사장은 각종 불법부당한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9월 학교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허 이사장은 지난해 4월까지 3년7개월 동안 영남공고 교장 등 교직원 21명에게 지인이 운영하는 노래방을 이용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교사 5명은 허 이사장의 강요에 못 이겨 1주일에 2∼3차례씩 노래방을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노래방 이용 비용과 술값 등은 모두 교사들이 부담했다.
교육청은 또 허 이사장이 2014년 6월부터 1년여 동안 학교 안에서 도자기 162점을 제작하면서 교사 10여명한테 도자기에 사포질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도록 하고, 도자기를 운반하는 일도 맡겨 수업에 차질을 빚었다고 밝혔다. 2017년까지 계약직 교사들을 채용하면서 휴직·휴가 등을 포기하겠다는 서약서를 요구한 사실도 드러났다.
고수주 대구시교육청 감사실 사무관은 “여교사들을 채용하면서 임신과 출산을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였지만,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또 이번 감사에서 2016년 영남공고 교사 ㄴ씨가 학생 2명에게 같은 반 학생 60명의 시험지를 채점하게 한 사실을 밝혀내고,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김충하 대구시교육청 감사총괄담당 서기관은 “영남공고에 재학하는 운동선수 학생의 성적조작 의혹, 몇몇 교사들에게 동창회장이 판매하는 프라이팬을 구매하도록 강요했다는 의혹 등은 교육청의 수사 의뢰로 현재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교사 채용 과정에서 3500만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현재 재판 중”이라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에 자리잡은 영남공고는 1945년 문을 연 공업계 특성화고교이다. 현재 재학생은 6개 학과에 1500여명이다.
구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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