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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병장’ 허위 선생의 호를 공원과 누각서 뺀 구미시

등록 2019-09-20 16:42수정 2019-09-20 16:46

왕산광장·왕산루를 산동광장·산동루로
후손 “공청회서 정한 이름을 시장이 변경”
구미시 “지역 주민들의 의견에 따른 것”
왕산 허위 선생의 친손자 허경성, 이창숙 부부가 20일 구미시청앞에서 “구미시장이 바꾼 왕산광장과 왕산루의 명칭을 되찾아달라”고 호소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왕산 허위 선생의 친손자 허경성, 이창숙 부부가 20일 구미시청앞에서 “구미시장이 바꾼 왕산광장과 왕산루의 명칭을 되찾아달라”고 호소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온가족이 항일운동에 몸을 바친 왕산 허위(1855∼1908)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세운 ‘왕산광장’과 ‘왕산루’의 명칭을 구미시가 ‘산동광장’과 ‘산동루’로 변경하면서 왕산의 후손과 시민단체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허위 선행의 친손자인 허경성(93), 이창숙(88)씨 부부는 20일 구미시청 앞에서 ‘장세용 시장이 공청회로 정한 공원시설의 명칭을 임의로 변경했다’고 비판하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허씨는 “왕산광장과 왕산루로 이미 정해진 이름을 장 시장이 함부로 바꾸면 되겠느냐. 이른 시간 안에 원래 이름을 되돌려달라”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 구미사업단은 2018년 3월, 사업비 58억원을 들여 구미시 산동면 신당리 국가산업 4단지 안에 3만㎡크기의 물빛공원을 조성했다. 구미사업단은 공원안에 8천㎡ 규모의 광장과 누각을 짓고 왕산광장과 왕산루로 이름지은 뒤 공사를 마무리짓고 구미시에 공원시설물을 기부하고 운영권도 넘겨줬다.

그러나 구미시는 최근 공원명칭변경위원회를 열어 공원이름을 물빛공원에서 산동공원, 왕산광장을 산동광장, 왕산루를 산동루로 변경했다. 구미시는 이와 함께 항일 의병 운동에 몸을 던진 왕산 허위 선생 일가족 14명의 동상을 세우려던 계획도 취소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공원 주변에 사는 일부 주민들의 진정에 따라 명칭에서 왕산을 빼고 지역 이름인 산동을 붙였다. 공원명칭선정위원회를 열어 결정했다. 14인 동상은 구미시 임은동에 있는 왕산기념관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물빛공원에서 15㎞ 떨어진 허위 선생의 생가터에는 9800㎡ 규모의 왕산기념관과 왕산공원이 조성돼있다.

왕산 허위 선생은 구미시 임은동에서 태어나 일본이 우리나라 국권을 침략해오자 여러 차례 의병을 일으켜 싸운 의병장이다. 1908년 서울 공격에 나섰다가 일본 헌병대의 기습으로 붙잡혀 54살을 일기로 순국했다. 허위 선생 집안은 3대에 걸쳐 14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 허위 선생의 맏형 허훈, 셋째형 허겸, 사촌 허형 등이 항일운동에 투신했고, 허형의 따님이 이육사의 어머니 허길이다. 또 허위 선생의 장남 허학, 둘째 허영, 세째 허준도 항일 운동에 몸을 던졌다. 이번에 왕산광장와 왕산루의 명칭을 되돌려달라며 1인 시위에 나선 허경성은 허영의 아들이다.

왕산루에서 산동루로 이름이 바뀐 누각.
왕산루에서 산동루로 이름이 바뀐 누각.
전병택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장은 “왕산은 드문 독립 투사이다. 일가족 14명이 독립 운동에 몸을 던져 가문이 풍비박산 났다. 하지만 고향인 구미에서 푸대접을 받아 지난해에 겨우 추모식을 열었다. 이런 가운데 이미 이름이 정해진 광장과 누각 명칭에서 왕산을 빼고 독립 운동가 14명의 동상 건립도 취소한다는 소식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근래 구미경실련 사무국장은 “42만 구미 시민들의 명예가 땅에 떨어진, 수치스런 일이다. 독립 운동가의 명칭을 지운 구미시장을 직권남용 등 이유로 감사원에 감사를 제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상철 구미부시장은 “물빛공원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여론을 듣고 공원 명칭을 정하는 위원회에서 결정했다. 허위 후손 등이 반대하고 있지만 명칭을 다시 왕산광장, 왕산루로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글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사진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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