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례본 복원 목판. 원본 17장, 간기 등 2장, 능화판 1장으로 이뤄져 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때 없어진 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 목판이 복원됐다.
경북 안동시와 경북유교문화원은 7일 “훈민정음 해례본 17장, 언해본 8장의 목판을 산벚나무로 복원했다. 이 복원된 목판을 한글날을 맞아 8일 오전 11시 안동시청에서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한다”고 밝혔다.
국가무형문화재인 김각한 명장 등이 사업비 5억원을 들여 2016년부터 3년 동안 산벚나무로 복원작업을 했다. 훈민정음 해례본 목판 17장과 언해본 8장은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과 희방사 소장 목판본을 각각 정본으로 삼아 목판을 팠다. 임노직 한국국학진흥원 자료부장은 “훈민정음 해례본을 찍은 목판은 안동 광흥사에 보관돼 있었지만, 일제강점기 절에 불이 나면서 사라졌다. 영주 풍기 희방사에서 소장하던 언해본 목판은 6·25 때 불에 타 없어졌다”고 말했다.
훈민정음 언해본 복원 목판. 원본 8장, 복각 서문 1장으로 이뤄져 있다.
세종대왕은 한글을 창제하고 그 원리를 설명한 훈민정음 해례본을 반포했다. 한문으로 되어 있던 해례본을 세조 때 쉬운 순한글로 기록해 전국에 배포한 책이 훈민정음 언해본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1940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돼 국보로 지정됐고, 현재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경북 상주에서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은 아직 구체적인 행방을 알 수 없어, 현재로써는 간송본이 유일한 해례본이다. 언해본은 소실된 영주 희방사 목판을 찍은 서강대 소장본, 고려대 소장본, 서울대 소장본, 세종대왕기념관 소장본 등이 남아 있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사라진 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의 목판을 복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안동이 한글문화의 중심지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자랑스럽다. 앞으로 한글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목판을 기탁받은 조현재 한국국학진흥원장은 “훈민정음은 우리 정신문화의 상징이다. 복원된 훈민정음 목판을 수장고에 잘 보존해 한글 가치를 널리 확산시키고, 한글문화의 보존과 창조적 계승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한국국학진흥원은 현재 53만점의 한국학 연구자료를 소장한 국내 최고의 기록유산 전문기관이다. 소장하고 있는 유교책판 6만5천여장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됐고, ‘편액’(현판), ‘만인소’ 등은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사진 안동시·한국국학진흥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