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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울진 산양, 폭설로 10년 새 59마리 굶어 죽어

등록 2019-12-04 14:06수정 2019-12-04 15:41

대구환경청, 내년 4월까지 산양 먹이 뽕잎 공급
왕피천 주변 등 서식지에 먹이급이대 10곳 설치
울진 산양은 북면 두천리와 금강송면 왕피천 주변에 60∼100마리 살고 있다. 울진군 제공
울진 산양은 북면 두천리와 금강송면 왕피천 주변에 60∼100마리 살고 있다. 울진군 제공

4일 오전 10시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왕피천 주변에서 이곳 주민, 환경단체 회원, 대구지방환경청 직원 등 10여명이 ‘겨울철 산양 먹이주기 행사’를 펼쳤다.

이들은 산양 서식지인 이곳에서 미리 마련해둔 먹이급이대 5곳에 산양이 좋아하는 뽕잎 500㎏을 놔두고 돌아왔다. 지난 3일에도 산양이 많이 사는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먹이급이대 5곳에 뽕잎을 채워놨다. 이 일대에 사는 산양은 겨울철에 눈이 내려 먹이를 구하지 못하면 먹이급이대를 찾아와 뽕잎을 먹고 돌아간다.

백춘흠 대구지방환경청 왕피천환경출장소장은 “산꼭대기 절벽이나 높은 바위에 사는 산양은 추위는 비교적 잘 견디지만, 눈이 내리면 움직이지 못해 굶어 죽기도 한다. 그래서 한겨울에는 먹이를 공급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울진에서는 2010년 겨울철 폭설 때문에 산양 25마리가 굶어 죽은 뒤 해마다 적게는 1∼2마리, 많게는 5∼11마리씩 10년 동안 59마리가 겨울철에 먹이를 찾지 못해 죽은 것으로 집계됐다.

왕피천환경출장소 직원들이 산양 서식지에 마련된 먹이급이대에 뽕잎을 공급하고 있다. 대구지방환경청 제공
왕피천환경출장소 직원들이 산양 서식지에 마련된 먹이급이대에 뽕잎을 공급하고 있다. 대구지방환경청 제공

왕피천환경출장소는 “내년 4월까지 두천리와 왕피천에 준비해둔 먹이급이대 10곳에 뽕잎 1천㎏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왕피천환경출장소는 또 울진∼영주를 잇는 36번 국도에서 발생하는 산양 로드킬을 방지하기 위해 곳곳에 울타리를 칠 예정이다.

산양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며 천연기념물 제217호로 지정돼 있다. 해발 1천m에서 자라는 침엽수림을 좋아하며, 절벽 끝이나 험준한 바위에서 2∼5마리씩 무리 지어 산다. 비무장지대와 강원도 산간지대 등지에 700여 마리가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울진군 북면, 왕피천 부근에 산양 60∼100마리가 사는 것으로 대구지방환경청은 파악하고 있다. 국립공원 생물종보전원은 최근 우리나라에 산양이 몇 마리나 살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조사한 뒤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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